마켓컬리 샛별배송 차량 [자료=컬리]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올해 초 상장을 자진 철회한 컬리가 수익성 개선 및 내실 다지기에 공들인다.

컬리는 올해 물류센터 오픈 및 신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투자 실탄을 위한 자금 조달 절차를 밟으면서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엔데믹 이후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컬리는 사상 처음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놨다는 평가다.

5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372억원과 영업손실 23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5%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5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거래액은 32% 증가한 2조6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온라인 쇼핑업계 평균 거래액 증가율(10.4%)보다 3배 높은 수치다.

특히 영업손실은 소폭 증가했지만, 매출 및 거래액 성장세에 비하면 비교적 선방한 모습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 지표인 공헌이익 역시 4년 연속 흑자다. 공헌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 중 변동비만 뺀 이익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과정의 중간 지표로 사용된다. 일례로 쿠팡은 2016년 4분기부터 공헌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후 작년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컬리는 주요 성장 요인으로 회원수와 객단가의 증가를 꼽았다. 컬리의 누적 회원수는 작년 말 기준 전년 대비 200만명 증가한 1200만명이다. 또 고객의 1회 구매 당 장바구니 크기(객단가)는 작년 평균 6만원을 넘어섰다.

컬리는 올해 초 코스피 상장을 연기했지만, 작년 실적을 통해 성장세를 증명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현재 투자확대 및 경영유지를 위한 자금 조달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IB)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 기존 투자자로부터 1000억원 이상 투자 유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 우선은 내실에 집중..시장 좋아지면 IPO 재추진

컬리는 올해 ‘내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물류 인프라 및 신사업, IT 인력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컬리는 지난해 충청권부터 대구·부산·울산으로 배송 역량을 확대했다. 올해는 상반기 내로 평택·창원 물류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다. 물류센터가 오픈되면 샛별배송 지역 및 주문 시간 확대로 물류 역량을 확대하고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 서울·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샛별배송이 안 되거나 주문시간이 한정적이다”이라며 “샛별배송 특성상 퇴근 이후인 오후 6시~11시 사이 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동남권 물류센터가 오픈하면 경상도 지역에서 샛별배송 주문시간(현 오후 6~8시 마감)이 늘어 고객 편의가 높아지고 동시에 매출 증대 및 수익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의 경우 지난해 11월 론칭한 ‘뷰티컬리’의 성장세를 이어간다. 뷰티컬리는 올해 1분기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뷰티컬리의 평균 판매액은 마켓컬리보다 약 3배 높다. 뷰티 품목는 객단가가 높은 데 반해 물품 크기가 작고 냉장 시스템이 필요 없어 물류 및 배송 생산성도 높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기존 마켓컬리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고객들이 뷰티컬리로 유입되면서 더마 제품 등 의약품 관련 제품이 성장이 두드러진다. 동시에 노마스크와 봄 날씨 등 영향으로 명품 뷰티 브랜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아직 뷰티컬리에 입점하지 않은 향수 브랜드 등 명품 및 뷰티 브랜드의 추가 입점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우려 속에서 컬리의 앞날에 청신호가 예상되자 향후 IPO 재추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비상장에 따르면 현재 컬리의 기업가치는 8770억원(주당 2만원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번 투자가 확정되면 주당 6만원 중후반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잠정적인 기업 가치는 약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컬리 관계자는 “향후 상장 재추진은 이뤄질 예정이지만, 당장은 한 템포 쉬어가는 단계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추진할 것”라며 “전사적으로는 올해 대규모 물류센터 오픈 및 운영 안정화, 이후 고객 편의성 증대, 뷰티컬리의 성장 등에 집중해 내실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