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지난해 글로벌 거래소 FTX의 파산 및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유럽 크레디트 스위스 뱅크런 사태 등으로 인해 중앙으로 집중된 금융에 대한 불신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검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에게 4개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FTX 고객의 자산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FTX의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제기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15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강력범죄다.
코빗 리서치 센터가 지난 3월 14일에 발표한 ‘SVB 사태와 가상자산 시장 전망’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실버게이트가 자발적 청산 계획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FTX 사태 이후 중앙화 거래소 불신으로 인한 현금 인출이 뱅크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SVB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의 예금 소진이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SVB에 예금을 맡긴 예금주들은 정부의 대책 발표가 있기 전까지 자신이 맡긴 자산을 찾지 못할까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 금융부터 가상자산까지 중앙에 집중된 금융 방식의 위기가 이어지자, 중앙화된 금융인 씨파이(CeFi)와 탈중앙화된 금융 디파이(DeFi)의 장점을 혼합한 씨디파이(CeDeFi)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 씨파이-디파이 장점 혼합한 '씨디파이(CeDeFi)’의 대두
씨디파이(CeDeFi)는 ‘중앙화·탈중앙화 금융’의 약자로,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자오(CZ)가 처음 제시한 이후 단숨에 블록체인 분야 중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씨디파이의 이념은 씨파이와 디파이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해, 고객 자산을 통제할 수 없는 안전한 블록체인 프로토콜을규제 환경 안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이고 투명한 사용자 친화적 크립토 금융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씨파이는 안정성·보안·규제 준수 측면에서 정평이 나 있지만, 트랜잭션들이 온체인 상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미국 뉴욕 소재 가상자산 리서치 기업 메사리에서 발간한 ‘가상자산 투자 테마 리포트(Crypto Theses for 2023)’의 CeFi 10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고객 자금을 함부로 유용해 파산에 이르게 된 FTX와 블록파이(BlockFi), 셀시우스(Celsius) 등 다수의 CeFi 기업들의 사례처럼 불투명한 형태로 운용되는 CeFi의 큰 문제점들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에 디파이는 투명성, 접근성, 혁신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비수탁(Non-custodial, 유저가 직접 프라이빗 키를 관리) 방식으로 설계가 돼 있기 때문에 내 가상자산을 디파이 플랫폼이 함부로 유용할 수가 없고, 모든 트랜잭션이 퍼블릭 체인 위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안정성, 보안, 서드파티 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 측면에서는 씨파이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
씨디파이는 규제를 준수하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동시에 투명성과 접근성, 혁신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등 씨파이와 디파이의 강점을 모두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씨디파이 생태계는 금융 산업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해 9월 디파이와 관련해 “디파이는 신중하고 효과적인 규제 하에서 운영되돼야 한다”, “규제 내에서 크립토 시장의 활성화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 등의 발언을 한 바 있어 규제 준수 등 미 연준과 주요국 규제 당국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씨디파이(CeDeFi)가 올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화된 자산 플랫폼 ‘VNX’의 설립자이자 CEO인 알렌산더 트카첸코(Alexander Tkachenko)는 해외 블록체인 전문 매체 포캐스트(Forkast)에서 기고문인 ‘What is CeDeFi, and why it is the future of finance’를 통해 씨디파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밝히며 왜 금융의 미래인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유연성과 활용 가능한 커뮤니티를 고려할 때 확실히 금융 기관에 매력적”이라며 “더 많은 개인과 기관이 효과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옵션을 모색함에 따라 씨디파이는 디파이 및 씨파이의 제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는 사람들에게 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국내 씨디파이의 대표주자는 ‘네오핀’
씨디파이의 대표 주자는 최근 리브랜딩을 단행하고 글로벌 씨디파이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네오핀을 손꼽을 수 있다. 네오핀은 규제 영역 밖에 있는 디파이와 달리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논커스터디(비수탁 방식)와 온체인 상에서 투명하게 실행되는 스마트컨트랙트 디파이의 장점을 모두 계승한다.
특히 규제 준수 및 고객확인제도(KYC) 등 씨파이의 장점을 함께 보유해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리스크 관리와 장기 지속성까지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네오핀은 최근 이더리움의 ERC-4337 업데이트 ‘계정 추상화’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복구 단어를 분실해도 가족이나 지인을 통한 ‘소셜 지갑 복구’ 등이 가능해지는 만큼, 아이디나 패스워드 등 기존 중앙집권식 뱅킹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이처럼 씨디파이 서비스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웹2 뱅킹(아이디/패스워드 기반의 중앙집권식) 유저들의 웹3 뱅킹(복구단어 기반, 탈중앙 논커스터디 방식)으로의 이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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