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전성시대①] “개성 없는 라면은 가라”..프리미엄 가성비로 특색 입는 PB라면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1.13 16:23 의견 0
이마트와 CU는 최근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각각 봉지면 ‘빽라면’과 ‘백종원의 고기짬뽕’을 선보였다. [자료=더본코리아]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던 값싼 PB브랜드가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가성비 상품으로 단장하면서 유통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고물가 시대에 절약형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유통사의 차별화 PB라면 출시 경쟁이 한창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2022년 9월~12월) 동안 롯데마트는 전년 동기 대비 라면 매출은 15%, 판매량은 10% 신장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라면 판매량은 12%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작년 봉지라면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하는 등 대형마트 3사 모두 라면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소비 경향은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 대신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라면 매출과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라면은 특히 경기가 불안할 때 선호도가 높아지는 대표 식품 중 하나다.

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자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가성비를 표방한 PB라면을 출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가 아닌 품질에 초점을 둔 프리미엄 전략이다. 무작정 가격을 낮추기 보단, 유사하거나 일반 제조사 제품 대비 높은 가격에 품질을 올리고 특색을 살린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CU는 최근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각각 봉지면 ‘빽라면’과 ‘백종원의 고기짬뽕’을 선보였다. 빽라면과 고기짬뽕 모두 백종원의 비법 레시피를 반영한 제품으로 해당 채널에서만 판매하는 PB상품이다.

가격은 농심·오뚜기 등 일반 식품 제조사 라면과 유사한 수준이다. 실제로 빽라면의 출시 가격은 4입 3980원(봉지 당 995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이마트 기준 신라면은 5입 4100원, 진라면은 5입 3580원으로 빽라면의 가격이 오히려 높다. 고기짬뽕 역시 1개당 1900원으로 일반 컵라면보다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색다른 라면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고품질 차별화 PB전략은 해당 제품을 위해 반드시 자사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즉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단독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당 매장을 방문하면서 다른 상품의 구매까지 유도하는 모객효과는 덤이다.

오모리 김치찌개라면 [자료=GS25 홈페이지]

PB라면의 성공사례로는 GS25의 ‘오모리 김치찌개라면’이 있다. 오모리 김치찌개라면은 지난 2014년 출시해 현재까지 약 10년여 동안 GS25 용기면 부동의 1위 상품이다. 가격은 GS25 홈페이지 기준 1800원으로 일반 컵라면과 비교해 높지만 두터운 팬층을 가진 매출 효자상품이다.

물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PB상품도 존재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삼양식품과 협업한 짜장라면 ‘이춘삼’을 내놓았다. 이춘삼은 춘장 함량은 높이고 가격은 1봉당 500원으로 낮춘 가성비 라면이다. 춘장 함유량은 39.6%로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짜장 라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홈플러스 측은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이 탄생하는 과정은 제조사와 어떤 식의 협업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제품에 비해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되는 등 유통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구조”라며 “그동안 단순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PB상품이 주로 출시됐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아주 저렴하진 않더라도 높은 품질을 선호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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