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유통街②] 외식·배달 대신 ‘가성비’ 잡는 대형마트..물가 안정 전략 당당한 이유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8.17 15:40 의견 0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고객이 계산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장보기’의 대명사 대형마트의 입지가 코로나 이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인구 구조 및 가구원 변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주거근접상권인 편의점·온라인 배송·배달 등 간편 장보기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대형마트가 유통업계의 ‘지는 별’로 전락한 탓이다.

롯데마트가 1000원대 소고기를 판매한다고 있다. [자료=롯데마트]

■ 코로나 이후 내리막 길 걷는 대형마트..‘생존’ 위한 돌파구는

대형마트는 코로나 이후 유통업계 판도가 급격히 바뀌면서 타격을 정통으로 입었다. 외부활동이 줄고 비대면 소비가 확산해 온라인 시장 활성화를 통한 배달·배송이 활발해지는 만큼 오프라인 시장이 몰락한 결과다. 특히 소상공인·전통시장 상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부터 규제를 받고 있는 대형마트는 꾸준히 내리막길 신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업 총 매출에서 대형마트의 비중은 2012년 14.5%에서 2021년 8.6%로 10년 사이 급감했다. 국내 대형마트 주요 3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기준 점포 수는 최다였던 2017년 423개에서 올해 상반기 409개로 감소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지켜야 한다. 규제에 따라 새벽배송 및 의무휴업일 일반배송도 불가능해 온라인 영업도 침해받는 상황이다. 올해 정부의 국민투표 등에 따라 규제 개선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논의가 무산되면서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말았다.

코로나 이후 상황이 더욱 나빠진 대형마트 업계는 ‘생존’하기 위한 쇄신에 나선다.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폐점 후 리뉴얼하는 등 공간 재투자 전략과 신선·조리 식품 위주로 매장을 재구성하는 등 소비자 발길을 붙잡기 위한 재단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홈플러스 당당치킨 [자료=홈플러스]

■ 대형마트, 위기를 기회로..고물가 시대 물가안정 앞장서 ‘가성비’ 눈길

식품·외식 물가가 급등하자 대형마트는 물가안정 전략을 통해 ‘가성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는 대규모 유통 마진 및 수입사 확대·산지 다변화로 비용을 절감해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내놓는 초저가 전쟁을 벌인다. 지난달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도 맞물려 수입 축산물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물가 안정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가성비로 큰 화제를 모은 식품은 단연 ‘치킨’이다. 지난해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발(發) 가격 인상이 시작되면서 치킨 한 마리 2만원 시대가 현실화했다.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저렴한 마트 치킨이 주목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6월말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출시해 40여일 간 32만 마리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당치킨의 인기는 ‘오픈런’ 마냥 줄서서 선착순으로 구매해야 하는 수준이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마트 치킨에 열광하자 롯데마트는 한통치킨(1.5마리 1만5800원), 이마트는 5분 치킨(한 마리 9980원)을 내놓으며 물가 안정에 가담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고객이 수박을 고르고 있다. [자료=이마트]

이외에도 대형마트 업계는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한 물가안정 정책으로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경제활동 재개로 매출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마트는 직소싱 비중 확대와 산지 다양화 및 사전 계약·비축 등 전략을, 롯데마트는 물가안정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생필품 가격 관리 ‘프라이싱팀’을, 홈플러스는 올해 연중 프로젝트 ‘물가 안정 프로젝트’를 운영해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판매가 상승을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가격 최종 방어선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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