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과일코너 모습 [자료=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10여 년간 시행해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무휴업 시 온라인 배송 허용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어 대통령실이 의무휴업 폐지 방안을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치면서부터다.
25일 국민제안 홈페이지 온라인 투표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제시한 10대 국민제안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좋아요’ 41만 여건을 받아 현재 국민 호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제안은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국민 소통 창구다. 대통령실은 10건 중 상위 3건을 뽑아 국정 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10대 국민제안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좋아요’ 41만 여건을 받아 현재 국민 호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국민제안 홈페이지]
현재 대형마트는 지난 2010년부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 휴업하고 있다. 목적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다. 의무휴업일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로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시간 지정, 전통시장 반경 1km 내 3000㎡ 이상 점포 출점 제한 등 내용을 포함한다.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은 취지와 달리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소상공인 보호는커녕 오히려 마트·슈퍼의 침체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업 총 매출에서 전통시장을 포함한 전문소매점 매출 비중은 지난 2012년 40.7%에서 지난해 32.2%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14.5%에서 8.6%로 함께 몰락했다. 반면 온라인과 홈쇼핑 등 무점포 소매업 비중은 13.8%에서 28.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규제 아래 사실상 온라인 영업도 제한받고 있다. 대형마트는 통상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배송 작업을 수행하는데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에 의해 일부 온라인 및 새벽배송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대형마트가 점포가 아닌 별도의 물류센터를 활용할 경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관련 개선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영업 규제가 경쟁 제한적이며 차별 소지가 있고 소비자 편익을 저해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는 제한받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온라인 영업에 제한을 받아 온라인 시장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상공인·골목상권의 보호와 상생 발전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법의 취지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소상공인 단체는 정부의 국민제안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 11일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소상공인을 더 큰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결정”이라며 “10년 전에는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공정위에 되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다만 규제 완화를 위해서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놓고 국회에서 논의가 우선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과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반대로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취지의 개정안도 발의돼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