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달달한 디저트가 무척이나 당길 때가 있다. 달콤한 것은 위험하다고 했던가. 습관처럼 손이 가는 군것질을 끊기 어려울 때 최후의 타협을 보는 것이 바로 무설탕 식품이다. 건강과 식단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제로’ 키워드를 내세운 식품이 부쩍 늘고 있다.
롯데제과도 제로 열풍에 힘입어 최근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ZERO)’를 내놓았다. 제로 브랜드 제품은 패키지부터 담백하다. 깔끔한 베이지 색상 바탕에 커다랗게 적힌 ‘ZERO’, 그 위로 궁서체와 같이 진지한 글씨체로 ‘설탕제로·당류제로’가 적혀있다. 무설탕 디저트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디자인이다.
제로 디저트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꽤나 긍정적인 모습이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제로는 출시 약 한 달 만에 매출 20억원을 넘기는 판매고를 달성했다. SNS 후기가 많아지면서 입점 유통 채널도 점차 확대했다. 고작 음료로나 달랬던 당에 대한 그리움을 과자·젤리 같은 디저트로 해소할 수 있다니 ‘다이어터(다이어트를 하는 중인 사람)’에겐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필자 역시 다이어트 다짐을 달고 사는 다이어터다. 롯데제과의 제로 디저트 출시 소식에 근처 마트로 달려가 과자코너를 한 번씩 기웃대곤 했다. 드디어 마트에서 만났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과자 제품을 집어 들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제품 측면에 조그맣게 적힌 영양정보표시와 원재료, 가격을 따져보고 내린 결정이다.
롯데제과 제로 초콜릿칩 쿠키와 오리온 촉촉한 초코칩 영양성분표시 [자료=김제영 기자]
롯데제과 제로 ‘초콜릿칩 쿠키’와 오리온 ‘촉촉한 초코칩’의 영양정보와 원재료를 100g당 기준으로 비교해봤다. 제품 스펙을 요리조리 뜯어 따져본 뒤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려놓게 된 배경이다.
제로 초콜릿칩 쿠키는 우선 당류는 0g, 대체감미료인 당알콜이 18g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각각 60g, 26g, 칼로리는 470kcal다. 촉촉한 초코칩은 당류가 29g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각각 54g, 30g, 칼로리는 510kcal다. 당류의 유무 빼고 전반적인 영양성분 자체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롯데제과 제로 브랜드 설명 페이지 [자료=롯데제과 스위트몰]
그런데 제로 초콜릿칩 쿠키에 사용된 대체감미료는 ‘말티톨’이다. 말티톨은 설탕과 흡사한 단맛을 가진다. 설탕을 대체재로 많이 사용되지만 맛이 좋은 만큼 혈당지수(GI)가 높다. 말티톨 혈당지수는 설탕(65)의 60% 수준인 35다. 당알콜 중에서 혈당지수가 가장 높은 당알콜로 꼽힌다. 칼로리는 1g당 설탕이 4kcal, 말티톨이 2.1kcal다.
말티톨은 당뇨환자·다이어터 등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제로 초콜릿칩 쿠키의 칼로리가 그다지 낮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제과 제로 초콜릿칩 쿠키와 오리온 촉촉한 초코칩 가격 [자료=롯데온]
게다가 가격은 비싼 편이다. 롯데온 바로배송 제품 기준 롯데제과 제로 초콜릿칩 쿠키(168G)가 4480원, 오리온 촉촉한 초코칩(160G)이 203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약 2배정도 높은 수준이다. 제품의 특성 등을 배제한 단순 비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장점 대비 가성비가 아쉽다. 더욱이 당알콜은 과량 섭취 시 복통·설사 등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달달한 과자가 먹고 싶다면 애매하게 즐기느니 그냥 맛있는 과자를 먹겠다 싶다. 다만 제로 브랜드의 젤리나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 중 별미로 한 번씩 즐기기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말티톨이 사용됐지만 유사 제품군 대비 칼로리나 가격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과 다이어트만 생각하다가 무설탕·무당이라는 ‘상술’에 홀랑 넘어가기 쉽다. 영양성분과 원재료를 잘 따져서 무작정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