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시장이 유통업계 새로운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코로나 이후 주류 카테고리가 다양해지자 인기 주종으로 떠오른 와인 시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와인시장에 뛰어들면서 신세계·롯데를 포함한 유통 공룡 빅3가 나란히 와인 경쟁에 나선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통해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곳에서 프리미엄급 와인 100여종을 최근 계약했다. 계약한 와인은 대부분 프리미엄급·유기농 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사치로 만족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스몰 럭셔리 현장에 따라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노에이치는 스페인어로 와인을 뜻하는 ‘비노(Vino)’와 현대를 뜻하는 에이치(H)의 합성어다. 지난 3월 현대그린푸드가 지분 47%를 보유하는 등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초대 대표이사는 현대그린푸드 외식사업부 소믈리에 출신 송기범 씨(33)가 맡았다. 송 대표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직에 있는 만큼 전문성이 인정된 인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와인 전문점 ‘와인웍스’를 운영해왔으나 직접 유통하는 것은 첫 시도다. 비노에이치는 국내 처음 소개되는 프리미엄·유기농 와인을 필두로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 2024년까지 매출 연 300억원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졌다. 이달부터 레스토랑·와인바·와인숍·도매 유통업체 등 20여곳을 확보해 와인을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와인시장이 코로나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자 현대백화점그룹도 와인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5억5981만달러로 전년 대비 68% 성장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2억5925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홈술 문화로 탄력을 받은 와인시장은 업계 추정 지난해 조 단위 규모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이 와인산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유통 대기업의 와인 경쟁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현재 와인 유통사 1위는 지난 2017년 금양인터내셔날을 꺾고 올라선 신세계L&B다. 롯데칠성음료도 아영FBC‧나라셀라 등 정통 와인 유통사와 겨루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2016년까지 국내 와인 유통을 주도했던 정통 와인 수입 위주의 시장 판도를 뒤집었다.
소비자가 이마트24에서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이마트24]
유통 인프라와 자금력을 가진 유통 대기업은 국내 와인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백화점‧편의점‧마트 등 인프라를 활용하고 와인전문매장을 열거나 해외 와이너리를 직접 인수하는 식이다. 신세계는 올해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하고 이마트24를 통해 주류 전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는 와인전문매장 ‘보틀벙커’와 ‘오비노미오’를 열었다. 현재 프랑스 등 해외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사업의 전반적인 매출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와인 매출은 매년 30% 내외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했고 롯데칠성음료 와인 매출은 800억원을 넘어섰다. 금양·아영FBC 등 전통 와인 유통사도 지난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금양·나라셀라 등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와인 유통망이 넓어지고 와인 소비층이 다양해지면서 와인에 대한 문턱이 낮아져 시장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다”며 “전통 수입업체와 유통 대기업 등 경쟁사가 많아지자 살아남기 위해 소비층을 세분하고 제품 라인에 공을 들이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