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자료=카카오페이]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상장 7개월 만에 공모가 밑으로 재차 주저앉았다. 2대주주인 앤트그룹 계열의 알리페이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도) 형태로 지분을 대거 처분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추가 블록딜 마저 예견되는 상황이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의 출범 단계부터 함께하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상장 전후로 번번이 발목을 잡으며 카카오페이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23% 빠진 8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전날에도 8일 거래일 대비 15.57% 떨어진 8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공모가인 9만원 아래로 주저 앉았다.

카카오페이의 급락은 2대주주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알리페이가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리페이는 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소유한 자회사다.

전날 카카오페이가 공시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최근 알리페이는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페이 지분 5105만5205주(%) 가운데 9.80%에 해당하는 500만주를 시간 외 매도했다. 매각 가격은 지난 7일 종가 10만6000원 대비 11.8% 할인된 9만3492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한 매각 대금은 총 467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알리페이의 보유 지분 매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달 알리페이가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지분 1389만4450주에 대한 6개월 보호예수가 풀렸기 때문이다.

당시 오버행(잠재적 대량매도 물량) 우려가 커지자 카카오페이 측은 알리페이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2대 주주의 차익실현을 막지 못했다. 알리페이가 전략적 투자자로서 깊은 신뢰관계 맺고 있고 장기적 협력관계를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지분매각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카카오페이 측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로부터 분사한 2017년부터 알리페이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4월 카카오페이의 독립법인 출범 당시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그룹이 약 2300억원을 투자하면서다. 이후에 알리페이는 우호주주로 참여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문제는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번번이 카카오페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페이가 지난 2020년 12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다가 알리페이의 모기업인 앤트그룹의 중국 당국 제재 여부에 대한 확인 지연으로 허가가 보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약 5개월 간 중단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에 대한 제재 이력이 없다고 우리 금융당국에 공식 회신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카카오페이의 ‘차이나 리스크’를 여실히 드러낸 계기가 됐다.

이에 카카오페이가 직접 2대주주 관련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투자설명서에서 “관리 감독 주체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향후 2대주주와 관련해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 당사가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제약요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알리페이의 추가 블록딜 가능성에 따른 오버행 이슈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알리페이의 지분율은 34.72%로 상장사의 2대주주로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카카오페이와의 전략적 투자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분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조아해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번 매각 목적에 대해 공시된 바가 없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며 “앤트그룹이 싱가포르에서 인터넷은행을 출범하는 등 앤트그룹이 사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투자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알리페이의 추가 블록딜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주사의 고유 의사결정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카카오페이와 앤트그룹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은 지속적으로 강화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재 해외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일본·마카오 뿐 아니라 올해에는 더 많은 국가로 협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부터 알리페이플로스와의 제휴를 통해 싱가포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알리페이 파트너스와 연계해 일본 및 마카오에는 75만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