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배송차량 [자료=컬리]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코로나 특수로 너도 나도 뛰어들며 불붙던 새벽배송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출혈 경쟁’에 나섰던 일부 대기업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이유로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새벽배송 업계가 3강 체제로 굳어지는 추세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이커머스 롯데온과 편의점CU 운영사 BGF리테일 헬로네이처는 이달 새벽배송을 종료했다. 두 기업 모두 실적이 저조한 새벽배송을 접고 ‘효율’에 집중한다. 롯데온은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퀵커머스의 일종인 바로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BGF리테일은 헬로네이처를 BGF네트웍스 종속회사로 편입해 B2B사업으로 영역을 전환한다.

대형 유통사가 새벽배송을 손절하는 이유로는 불투명한 시장 전망이 꼽힌다. 새벽배송 특성상 인건비는 일반 배송보다 2배가량인 데다 냉장·냉동 배송 시스템 및 물류 체인을 구축해야 하는 등 고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초기 투자 대비 빠른 수익 확보가 어려워 ‘적자’로 성장하는 구조다. 최근 물류비 인상과 기존 이커머스 외 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BGF 관계자는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다”며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드는 시점에 맞춰 발 빠르게 사업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유통 대기업들이 줄줄이 새벽배송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CJ온스타일과 NS홈쇼핑은 작년 12월, G마켓·옥션과 인터파크는 지난 2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네이버는 SSG닷컴과 협업해 배송을 시작한다. 올해 기준 전체 새벽배송 업체는 20여개에 달한다.

새벽배송 시장은 코로나 특수 급물살을 타면서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다만 급성장한 만큼 ‘성장통’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8년 5000억원에서 2020년 2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11조9000억원 수준이 전망된다. 반면 마켓컬리·SSG닷컴·쿠팡 새벽배송 빅3 기업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은 마켓컬리 2177억원, SSG닷컴 1079억원, 쿠팡 약 1조8000억원으로 2020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 새벽배송 업계 관계자는 “고비용 구조 때문에 사업을 철수했다고 하지만 결국 성장성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워 물러나는 것”이라며 “새벽배송 시장은 인프라를 갖춘 상태에서 주문량이 많아져 인건비와 냉장·냉동 및 물류비용 등 상쇄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효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결국 강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체도 일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대면 트렌드와 함께 온라인 전환에 탄력이 붙으면서 온라인 장보기 문화가 빠르게 안착했다. 그럼에도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봄·여름 휴가철은 온라인 유통업계 비수기로 여겨진다. 억눌렸던 소비심리와 야외활동 수요가 맞물려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 업계 1위인 마켓컬리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체 후 새벽배송 시장 전망에 대해 “새벽배송 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보기 습관이 온라인 위주로 굳어진 만큼 오프라인 수요로 갑자기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온라인 장보기의 편의성에 익숙해진 소비 형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