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샛별배송 차량 [자료=컬리]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새벽배송 시장의 문을 연 마켓컬리가 연내 기업공개(IPO) 절차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외형 성장을 이뤄내며 적자 폭도 커지고 있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을 내세운 ‘유니콘’ 기업이자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인 만큼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28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상장 예비심사는 통상 2개월 정도가 걸린다.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제출 후 수요예측 등 과정을 고려하면 컬리는 오는 6~7월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컬리는 올해 초 상장예비심사를 통해 상반기 상장을 예고했으나 거래소와 조율과정에서 기간이 다소 연장됐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낮아 관련 합의가 필요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2020년 말 기준 김 대표의 지분율은 6.67%다. 한국거래소가 판단하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은 20% 이상이다.

한국거래소는 컬리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김 대표에게 주요 투자자들과 공동의결권을 통한 지분 20% 이상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향후 2년가량 지분을 매도하지 않도록 하는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고 컬리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예정대로 유니콘 기업 특례요건을 통해 상장을 진행할 전망이다. 유니콘 특례는 ‘미래 성장성’을 우선 평가하는 방식이다. 실적이 기준에 충족하지 않아도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4월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자 국내 적자 유니콘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유인하기 위해 신설했다.

컬리는 꾸준한 성과를 통해 성장성을 입증해왔다. 지난해 총 거래액은 2020년 대비 65% 증가한 2조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가입고객 수는 43% 증가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투자도 적극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김포 물류센터를 추가 가동해 주문처리 수용력을 2.3배 늘렸다.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 지역도 수도권에서 충청·대구·부산·울산으로 확대했다.

[자료=마켓컬리 홈페이지]

다만 수익성 개선 문제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영업손실 폭은 매년 커지는 추세다. 컬리의 적자는 지난 2017년 124억원에서 2021년 2177억원으로 5년 연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1조5614억원으로 64% 증가했지만 영업적자 역시 2020년 1162억원에서 87% 늘어났다. 올해도 투자를 지속하는 만큼 흑자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뿐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외형 확대와 고객 확보를 위해서 적자를 감내하고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배송 역량을 위한 물류센터와 IT 기반 인프라를 위한 인력 투자가 필요해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과 같이 적자 상태지만 컬리는 ‘공헌이익’ 흑자를 강조한다. 공헌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이다. 여기서 변동비는 물류 투자와 인건비 등 투자비용을 뜻한다.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영업이익을 흑자전환 하려면 공헌이익의 흑자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는 최근 3년 동안 공헌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컬리는 최근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 동력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정관 변경을 통해 추가 등기한 사업 목적은 ▲화장품 제조 판매업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업 ▲주류 도·소매업 ▲학교급식 및 대규모 급식처 공급업 ▲식당 프랜차이즈 사업 등이다. 컬리는 화장품을 포함한 비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상품 수 기준 비식품 품목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컬리 관계자는 “당장 사업에 시작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향후 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최근 유망한 사업들을 미리 살펴보는 과정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컬리는 지난해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를 유치해 기업 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다. 업계는 컬리의 상장 시가총액을 4~6조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영업손실이 증가하고 있으면 언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실적 추정을 하기 어렵고 실적 추정이 안 되면 기업가치 산정도 어렵다”며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영업적자 확대는 상장 시 가치 훼손 요인이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 구체적인 수익성 제고 청사진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