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 간식’ 초코파이·밀키스 운명은..러시아 경제 재제, 진출 기업 ‘긴장’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3.03 15:27 | 최종 수정 2022.03.03 15:49 의견 0
오리온 러시아 제품 매장 진열 이미지 [자료=오리온]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 식품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이 금융 제재를 받게 되면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의 러시아 교역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해 현지 생산·판매를 하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은 오리온, 롯데제과, 팔도, 롯데칠성음료 등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오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위프트는 국제 금융거래와 결제 업무 등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1만1500여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결제망에 등록돼 있다.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 국제 금융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져 사실상 가장 강력한 금융 제재로 꼽힌다.

러시아 스위프트 퇴출에 따라 주변 교역국도 함께 피해를 입게 된다. 제재 대상 금융기관은 러시아 은행 7곳으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가스프롬방크 등 두개의 주요 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와 원자재 교역을 위한 최후의 보루지만 EU는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다른 은행도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또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가 폭락해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제재 속에서 전쟁 비용을 확보해야 하는 러시아는 화폐 루블화를 무제한 발행하는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루블화 가치가 30% 가까이 급락하고 물건 값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전반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러시아에 진출한 대표적인 식품기업은 러시아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 법인 매출이 31.4% 성장한 1170억 원을 달성해 현지 진출 이래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오리온이 러시아에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최초의 해이기도 하다.

러시아 국민간식이 된 초코파이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종류인 12종을 생산·판매 중이다.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트베리 크립쪼바에서 신공장을 완공 후 파이와 비스킷 등 제품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 법인은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며 러시아 판매액은 러시아 내부에서 소모되기 때문에 금융 제재와 관련해서 현재는 영향이 없다”며 “원재료 수급의 경우 현재 3개월 분량을 비축하고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중국 법인에서 확보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러시아에 밀키스와 레쓰비 등 음료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칠성은 러시아에 밀키스 약 6360만캔을 판매했다. 인기가 높아지자 한국에서 출시하지 않은 다양한 맛의 밀키스 7종을 운영하며 현재 러시아 유성탄산음료 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러시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팔도 도시락 라면과 오뚜기 마요네즈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러시아 내수 시장 위축 및 환율 하락 추이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앞서는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과 관련해 “당장 현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향후 상황에 따라 현지 시장 분위기와 환율 변화 추이 등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연구원은 “당장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원재료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며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중단에 대한 리스크도 존재하며 보유금에 대한 배당 등이 불가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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