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갖는다. ‘금감원 독립성’을 강조했던 윤석헌 전 원장과 ‘시장 친화'를 강조하는 정 원장의 성향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은 오는 23일 증권사 7곳(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CEO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는 정 금감원장이 취임 후 석 달 만에 개최한 증권사 CEO 간담회로 지난 9일과 11일에는 주요 은행장들과 만남을 실시한 바 있다.
정 원장과 증권사 CEO들의 정식만남이 처음인 만큼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주목된다. 직전 윤 전 원장과 성향 차이가 뚜렷해서 그때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회담 시기와 참석 CEO 수부터 차이가 난다. 윤 전 원장은 정 원장보다 한 달여 빠른 취임 두 달 만에 증권사 CEO 회담을 잡았다. 그리고 7개 증권사 CEO가 아닌 32개 증권사 CEO가 회담에 참석했다. 윤 전 원장이 취임사 때부터 줄곧 금감원 독립성, 금융사 내부 통제 중요성 등을 강조한 만큼 회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윤 전 원장은 당시 회담에서 “최근 증권업계에서 배당오류로 인한 대규모 허위주식거래나 공매도 결제 불이행사태 등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며 “내부통제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및 임직원의 관심과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언급된 배당오류 사태는 2018년 4월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금 지급 오류 사건을, 공매도 결제 불이행사태는 같은 해 5월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발생한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뜻한다.
이와 달리 정 원장은 금감원 독립성보다 소통과 시장 친화성을 강조한 만큼 증권업계 현안에 대해서 자유롭게 여러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 원장은 취임식 당시 “법과 원칙에 따르되 시장과 호흡하며 경직되지 않게 감독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최근 크게 이슈가 됐던 시장조성자 문제와 하반기 계속 뜨거운 공모주 관련 의견, 그리고 곧 시행될 해외주식소수점 매매 등이 회담 주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이 신청한 해외주식소수점 매매 서비스와 관련해 시행 가능 일정, 현황 등 이야기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성자 문제도 같이 다룰 수 있다. 아직 과태료 부과 등 정확한 징계 결과가 나오지 않은데다가 정 원장도 지난달 국감장에서 ‘과징금 규모를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 있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들의 애로사항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 참여 증권사 7곳이 대형 3곳, 중형 3곳, 소형 증권사 1곳 등 골고루 구성됐기 때문이다.
한편 정 원장의 회담이 윤 전 원장 회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자 일각에서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금융지주회장과의 간담회를 개최해 사실상 종합검사 폐지의 뜻 밝혔다”며 “종합검사는 2015년 금융회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2019년 부활한 것으로 부재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3일에는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들과 회동을 통해 시장조성자 과징금 규모 조정 논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시장을 감독하고 교란 행위를 제재해야할 금융감독원의 장(長)이 친시장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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