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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로고 [자료=마켓컬리]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지난해부터 미국과 한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고민하던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전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국내 증시 상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손 이사장은 적자기업 상장요건 완화 유인책 등으로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슬아 대표 또한 이에 부응해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마켓컬리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미국 상장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구체적 대책도 제시했다. 국내 증시는 지금까지 적자 기업 상장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다면 성장성 요건을 통해 시장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마켓컬리는 쿠팡과 같이 ‘새벽배송’이라는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적자폭이 더 커지면서 누적적자 27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최근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로 인한 시장 확대로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최근 기존 투자자들과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대거 투자를 유치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이날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에스펙스 매니지먼트·힐하우스 캐피탈 등 기존 투자자 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샛별배송’ 파트너사인 CJ대한통운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 가치가 작년 시리즈E 투자 후 1년여 만에 2.6배 오른 2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며 “컬리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적자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생산물량에 따라 변하는 인건비·포장비 등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은 흑자 전환이 이루어진지 3년이 넘었다고도 덧붙였다.

마켓컬리의 국내 상장은 이르면 연내 이루어질 전망이다. 김슬아 대표는 올해 초 임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연내 상장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는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를 상장시 최대 5조원가량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