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송정은 기자] “축구 하이라이트 보면서 축덕들이 편집 칭찬하는 댓글 본 건 처음 본다.”
올해 들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CJ ENM의 자회사 OTT서비스 티빙이 단독으로 중계하고 있는 ‘UEFA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 2020(이하 유로 2020)’이 안정적인 운영과 빠른 피드백으로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CJ ENM은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 간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유로 2020 51개 경기를 독점 생중계 한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CJ ENM의 유로 중계 계획 중 눈길을 끈 것은 OTT플랫폼인 티빙을 통해서만 중계하는 경기를 편성한 것이었다. 특히 51개 경기 중 한국 시간으로 오후 10시에 중계되는 경기를 포함한 20경기는 오직 티빙으로만 시청할 수 있게 하면서 유로 기간 동안 축구팬들의 티빙 가입을 도모하는 전략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메이저 스포츠 대회 경기를 TV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서만 볼 수 있게 한 것.
물론 티빙 측은 티빙 독점 경기의 경우 스탠다드, 프리미엄 이용권을 구매한 이용자의 경우 스마트TV로의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공지를 통해 알렸다.
한편 라이브 스포츠 콘텐츠를 OTT 플랫폼을 통해서 볼 수 있게 한 건 티빙이 처음은 아니다. KBO리그, 프리미어리그, MLB, NBA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송출하는 스포티비의 경우 자사의 OTT서비스인 ‘스포티비 나우’를 통해 유료 가입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스포티비 나우의 경우 손흥민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넛 핫스퍼 등 한국인 선수가 뛰고 있는 팀의 경우 무료로 생중계 했었지만 지난 3월 5일부로 모두 유료로 전환했다.
하지만 스포티비 나우의 경우 유료 전환 이후로도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편이다. 출시 이후 제기됐던 끊김 현상 등 서버 안정성에 대한 문제점은 많이 개선 됐지만 여전히 손흥민, 류현진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중계할 경우 중계의 질이 좋지 못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또 생중계 이후 하이라이트를 공식 유튜브 채널인 ‘SPOTV’에 업로드할 때 새벽에 중계된 경기를 그날 오후 넘어서야 업로드하거나 최고 화질을 720픽셀로만 제한했다. 이로 인해 많은 스포츠 팬들은 “돈 내고 봐야 하는 생중계 콘텐츠에만 신경을 쓰냐”는 등 스포티비 나우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CJ ENM은 유로 2020을 중계하면서 안정적인 송출과 빠른 피드백 반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OTT서비스를 통한 스포츠 라이브 콘텐츠의 전송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실시간 영상이나 트래픽을 분석해 신속히 대응하는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을 GS네오텍을 통해 지원하면서 트래픽 폭증이나 끊김 장애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GS네오텍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합적으로 운용 가능한 멀티 CDN을 이용하면서 단일 CDN이 초래할 수 있는 트래픽 폭증에 따른 서버 장애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며 “그동안 월드컵 예선 중계, 프로야구 중계등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 점이 유로 2020을 티빙과 같은 OTT 플랫폼으로도 안정적으로 송출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유로 2020을 중계하는 CJ ENM을 향해 축구 마니아들이 가장 후한 평가를 하고 있는 부분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빠르게 업로드 하는 ‘속도’ 부문이다.
CJ ENM은 한국 시간으로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유로 경기지만 빠른 하이라이트 편집으로 오후 10시나 새벽 1시 경기의 경우 바로 오전 시간에 공식 유튜브 채널인 ‘tvN SPORTS’를 통해 빠르게 볼 수 있게 했다. 해외축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들이라면 출근 시간에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고 쉽게 하이라이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벽 4시 경기도 정오 이전 업로드가 되도록 빠르게 편집해 한국 시간으로 경기 당일 정오 전에는 올리면서 “편집자들은 쉬면서 일을 하는 거냐”는 등 애정 어린 응원 댓글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영상의 최고화질도 1080픽셀까지 지원한 점도 상대적인 호평 요소다.
물론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해설진으로 섭외된 축구 선수 출신 백지훈 해설위원의 미숙한 해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해설진인 유명 축구 유튜버 김진짜의 경우 덴마크와 핀란드의 예선 B조 경기 중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이 경기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상황에서 당황한 나머지 고(故) 유상철 감독 이야기를 언급하는 등 상황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한 것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대회 초기에는 중계진들의 중계 소리가 많이 울리고 상대적으로 관중의 소리 등 현장감을 주는 요소가 작게 들리는 음향 문제도 초창기에 많이 지적됐었다.
7일 오후 현재 준결승 한 경기와 결승전 만을 남겨 놓은 유로2020은 대단원의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1년 연기가 되는 등 우여곡적을 겪은 유로2020은 그동안 수준 높은 국제 메이저대회에 목마른 축구 마니아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명경기가 연일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저 스포츠 대회를 유료화된 OTT플랫폼을 통해서도 성공적으로 중계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향후 OTT 업계가 스포츠 중계 콘텐츠로의 외연 확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 관계자는 “CJ ENM은 과거 XTM(현 XtvN) 시절부터 스포츠 중계권 수급과 유통, 판매에 대한 노하우를 잘 쌓아놨다”며 “여기에 스포츠를 사랑하는 MZ세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쉽고 재밌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빠른 하이라이트 업로드 등 피드백을 반영해 차별화 포인트를 둔 것이 이번 유로 2020을 중계하면서 호평을 받은 요소라고 본다” 라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 콘텐츠는 이제 ‘돈을 내고 봐야 한다’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다양한 국내외 OTT플랫폼 서비스들이 활성화 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CJ ENM은 유로 2020과 같은 큰 규모의 스포츠 대회를 OTT 플랫폼으로도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림픽, 카타르 월드컵 예선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 중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2020의 성공이 OTT 업계에 긍정적인 사례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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