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자료=SKC]

[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전기차(E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동박은 황산구리용액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두께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구리 박이다. 머리카락의 15분의 1도 안되는 두께다.

동박은 2차전지의 전기 화학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 화학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제작에 사용되며 최근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수요가 많아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동박 수요는 연평균 44%씩 증가해 2025년 1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뿐 아니라 반도체와 5G 데이터센터, 위성 통신, 드론에도 동박이 쓰이기 때문에 동박 수요는 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동박 사업에 투자하고 동박 공장을 증설하며 대응에 나섰다.

LG화학·SKC·롯데정밀화학 증설 나서

LG화학은 지난 16일 중국 동박 기업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이하 더푸)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더푸는 지난해 생산 능력 기준 중국 내 3위 동박 제조사다.

LG화학과 중국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의 지분투자 체결식 행사 [자료=LG화학]

더푸는 연간 4만9000톤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2022년까지 7만8000톤 수준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SKC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인 SK넥실리스는 최근 연간 5만톤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공장을 유럽 지역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진출 지역으로 폴란드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SKC는 말레이시아 사바주 공단에도 7000억원 규모를 투자 연 5만톤 규모의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 SKC는 국내외 증설을 통해 글로벌 1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신규 모빌리티 소재 비즈니스에 진출하기 위한 탐색도 지속할 방침이다.

SKC 측은 "배터리용 동박 제조 관련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SK넥실리스는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세계 최대인 20만t 이상으로 확대해 기술력과 생산능력 모두에서 글로벌 넘버원이 될 것"이라며 "생산능력 5만톤을 추가해 2025년 25만톤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 역시 지난해 동박 기업에 2900억원을 투자하며 2차 전지 핵심 소재 역량을 확보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스카이레이크의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인수대금 중 약 40%(2900억원)를 투자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와 함께 동박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해 'K-배터리'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