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가 통합브랜드 런칭에 대한 스피치를 이어가고 있다. [자료=CJ온스타일]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업계 맏형인 CJ오쇼핑을 비롯해 홈쇼핑 업계가 모두 TV에서 모바일로 눈을 돌렸다. 자신들이 주름잡던 TV를 벗어나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모바일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초로 홈쇼핑이라는 커머스를 도입한 CJENM 커머스부문은 기존 CJ오쇼핑과 온라인 몰인 CJmall을 통합한 ‘CJ온스타일’이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는 이번 브랜드 출범이 단순한 통합이 아닌 ‘재건축’ 수준의 업태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TV홈쇼핑으로 업계 1위를 달리던 CJ온스타일이 TV를 버리고 모바일을 주력 사업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모바일·온라인 등 디지털 전환은 비단 CJ온스타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모바일TV 채널명을 ‘엘라이브(Live)’로 변경하고 모바일 생방송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현대홈쇼핑 또한 지난 3월 모바일앱 리뉴얼에 나서며 모바일 역량 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GS홈쇼핑은 이미 지난해부터 모바일에 대한 사업역량을 키워왔다. GS홈쇼핑은 TV를 연상하는 ‘홈쇼핑’이라는 명칭 대신 ‘GS샵’이라는 칭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업태에서 TV를 지워갔다.

GS리테일과의 합병 이후에는 더 모바일과 온라인에 대한 역량을 강화한다. GS리테일은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마켓포’를 7월 출시하고 디지털 커머스에 2700억원가량을 투자해 홈쇼핑업계가 아닌 다른 온라인 유통업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쇠퇴하는 TV시장..모바일 외면하면 ‘도태’된다

홈쇼핑업계가 모두 모바일 전환을 당면 과제로 삼은 것은 TV시장의 쇠퇴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TV라는 채널에서 큰 경쟁 없이 사업을 이어왔는데 스마트폰의 보급·모바일 콘텐츠 강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해 채널 자체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분기 홈쇼핑업계 매출에서는 디지털(모바일·온라인)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49%로 처음 TV 채널 매출 비중인 47.9%를 넘어섰다. 4분기까지는 디지털 채널의 비중이 계속 과반을 넘겼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은 지난해 거래액 108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사이 두 배 넘는 성장을 보였다.

업태를 변경한 CJ온스타일 또한 오는 2023년에는 모바일 매출 비중이 60%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은 이미 경쟁이 사그라든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 발전을 꾀하기 힘든 구조다”라며 “또한 유통업계 자체가 업태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데 홈쇼핑 또한 업계의 선택인 디지털 사업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수수료 빼면 남는건 3%..수수료 적은 모바일에서 ‘윈윈’한다

현실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는 전날 통합브랜드 출범 간담회에서 “홈쇼핑은 취급고 대비 영업이익률이 3% 정도다”라며 “매출은 높지만 수익률이 적은 것은 특정 수수료가 연평균 30% 이상 과도하게 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특정 수수료는 홈쇼핑 방송을 송출하는 사업자인 유료방송플랫폼(IPTV 등)에 대한 ‘송출수수료’다.

이들이 홈쇼핑업체로부터 받는 TV 송출수수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9.1%씩 급등하며 점점 그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은 매출원가의 절반 이상을 수수료로 지불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

이는 유통업체인 홈쇼핑이 자연스레 제조·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중소기업의 요람이라는 홈쇼핑이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계와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홈쇼핑 송출수수료 토론회에서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판로가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홈쇼핑은 주요 판매채널”이라며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거래비용 구조와 공급자 중심의 송출수수료 책정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수료 구조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규제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에 홈쇼핑 업계가 선택한 것은 TV를 버리고 스스로 방송을 송출하고 채널을 꾸려갈 수 있는 ‘모바일’인 것이다.

심지어 최근 모바일 채널에서 가장 뜨고 있는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생방송의 일종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지난 십여년간 MD·PD·쇼호스트들이 함께 생방송을 진행해온 홈쇼핑인 만큼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모바일 채널에서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 소비자·중소기업·홈쇼핑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생태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