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경쟁업체 홈플러스, 롯데마트, 쿠팡을 언급하며 유통가 최저가 경쟁에 불을 지폈다. [자료=이마트]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유통가 전체가 출혈경쟁 시동 분위기에 휩싸였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유통가 지각변동에서 악수를 두고서라도 살아남겠다는 업계의 발버둥이 시작된 것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쿠팡 등 경쟁업체를 언급하며 ‘최저가 보상제’를 다시 부활시켰다. 쿠팡은 이에 맞서 멤버십 전용이었던 로켓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풀어 배송 단가를 낮췄다. 편의점도 참전했다. 편의점 CU는 가격이 크게 올라 ‘금(金)파’로 불리는 대파 등 채소류를 대형마트보다 싸게 팔며 소비자 확보에 나섰다.
유통가가 최저가 경쟁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초 대형마트들은 매 시간 서로의 가격을 비교하며 ‘10원’ 단위로 가격을 낮춘 전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 진출한 쿠팡, 11번가 등 현재 이커머스의 전신들도 최저가 경쟁으로 출혈이 있었다.
이러한 최저가 경쟁은 대개 경제 침체 또는 업계 지각변동이 있을 때 발생했다. 업체 간 경쟁 우위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점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경쟁 전략이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은 잘만 이용하면 충성 고객 확보와 외형 확대, 경쟁 우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마진을 적게 잡는 등 제 살을 깎아 내야만 하는 수기 때문에 출혈경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파괴적 경쟁의 양상을 띠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11번가, 위메프 등은 당시 최저가 경쟁에 열을 올린 탓에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점화된 최저가 경쟁 양상도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최저가 경쟁들은 대형마트면 대형마트, 이커머스면 이커머스 등 업종의 구분이 있어 비교적 빨리 최저가 전략의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업종 구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상대해야 할 경쟁자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은 경쟁자가 크게 많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해 시장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부터 유통가는 코로나19를 지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계를 지우고 있는 추세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은 자체 온라인 채널 등을 구축하며 이커머스의 자리를 넘보고 이커머스의 경우 신선식품 등 오프라인 유통이 강세였던 상품군의 수요를 가져오고 있다.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이성훈 교수는 “최저가 전략의 맹점은 수익성 악화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악화를 면할 수 없고 출혈은 계속 이어진다”라며 “현재 유통가 내 플레이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가 전략으로 단기간 내 효과를 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해 떨어진 수익성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저가 경쟁이 시작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을 진행하고 있는 마트 업계들은 지난날 이커머스 업계처럼 수익성 악화로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 고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가는 최저가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최저가 보상제를 홍보하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언급했기 때문에 이들의 참전도 불가피해졌다. 쿠팡, CU와 업종이 같은 이커머스, 편의점 기업들도 최저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 간 경계가 지워졌기 때문에 경쟁이 한 번 시작된 이상 참전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라며 “출혈이 예상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재 유통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면 최저가 전략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