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사회 총원이 14명으로 늘면서 관행처럼 40%를 차지하던 재일교포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낮아졌다. 올해부터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향후 의사결정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 25일 정기주총..이사회 총원 14명으로 확대

신한금융은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9명 선임에 대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1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대상이다.

이번 주총에서 기존 사외이사인 ▲박안순 대성상사 주식회사 사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재 KorEI 대표 ▲최경록 CYS 대표 ▲허용학 퍼스트 브릿지 스트레티지 CEO 등 6명은 재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인 조용병 회장과 2명의 기타비상무이사, 사외이사 10명을 합쳐 총 13명이다. 올해부터 사모펀드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이 이사회에 추가되면서 총원이 15명으로 늘어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6년의 임기를 채운 박철 이사회 의장과 재일교포 출신 히라카와 유키 프리메르코리아 대표는 이달 사외이사에서 물러난다.

금융권에서는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2석과 사모펀드가 추천하는 자리를 누가 채울지 주목해왔다. 사외이사 구성원에 따라 신한금융 지배구조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일교포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히라카와 유키 대표의 자리에는 배훈 후보자가 낙점됐다. 신한금융 이사회 내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는 기존 진현덕, 최경록, 박안순 사외이사를 포함해 4명으로 기존의 사외이사 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체 사외이사 인원수가 12명으로 늘어나면서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은 33%로 줄었다.

IT전문가부터 국제변호사까지..신규 후보 4인 공개

이번에 신규로 추천된 사외이사는 ▲배훈 오르비스 변호사 ▲이용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최재붕 성균관개 기계공학부 교수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4명이다.

먼저 배훈 후보는 재일한국인변호사협회(LAZAK) 공동대표를 거쳐 2003년부터 법무법인 오르비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 변호사로 한일관계의 기업 법무 자문이 특기다.

또 경영학 석사 학위를 이수한 일본 공인회계사보로 기업의 채권회수, 회생 등 다방면에 걸친 법률 자문을 맡아온 법률·회계·글로벌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용국 후보는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추천한 인물이다. 2014년부터 약 6년간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를 지내고 있다.

이 후보는 자본시장 관련 국제변호사로 활동해 ▲국제금융 ▲증권 발행 업무 ▲M&A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대형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의 국내 증시 상장시 해외투자자 모집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최재붕 후보는 배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가 추천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2009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9년 성균관대 인간중심 서비스융합디자인 사업단(BK21+) 단장을 맡았다. 2018년에는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특히 웨어러블·사물인터넷과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AI,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 전 분야에 걸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2015년 신세계그룹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험도 있어 향후 디지털 관련 전략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곽수근 후보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로 사모펀드로부터 회계와 경영 관련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금감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으며 2012년부터 2년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기업 경영의 공정성 강화를 적극 제언하고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 활성화를 강조한 회계 학자"라며 "높은 사회적 평판과 풍부한 사외이사 경험을 토대로 당사 사외이사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 재일교포 사외이사 수차례 지적..신한금융 "권고사항 반영해 운영"

신한금융은 1982년 재일교포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설립된 신한은행을 모태로 한다. 지금까지도 10~15%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대주주다. 40년 가까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재일교포 주주들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반영했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전문성과 선임 과정에 대해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9월 신함금융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내렸다. 특히 재일동포 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관행적으로 전문분야가 아닌 출신지역별로 후보군을 관리하는 등 전문성 제고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2019년 4월에도 이사회 구성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사회운영위원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다시 한번 경고에 나섰다.

지난해 10월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이사회 구성의 정합성을 재고하라"며 강력하게 권고했다.

재일동포 사외이사가 전체 사외이사의 3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이사회에서의 발언이 회의당 0.2∼0.3회 정도에 그치는 등 사외이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등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한금융과 광고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법인의 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점도 지적했다. 특히 해당 계약체결 사실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되지 않는 등 추천·선임 과정의 투명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신한금융은 단순히 금융당국의 권고를 반영해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을 줄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외국계 사모펀드 추천 이사 자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사모펀드 유상증자를 통해 새롭게 사외이사 두 분을 추천받아 총 인원이 늘면서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며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의 경우 전문성도 판단하고 추천과 심사를 거쳐서 후보로 선정된 것으로 금감원의 권고사항을 반영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