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4세 시대] 시험대 오른 장남 이규호 부사장..'패션사업 부진' 만회할까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2.11 20:53 의견 0
코오롱글로벌 이규호 부사장과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이미지 (자료=코오롱)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가(家) 4세인 이규호(36)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로 2년 만에 코오롱인더스트리FnC 패션부문에서 손을 떼고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된다. 코오롱인더의 패션 사업을 이끌면서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던 이 부사장이 코오롱글로벌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지난달 각 계열사의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2018년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의 '고속 승진'이다.

이 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한국에 돌아와 군 복무를 마쳤다. 이후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구미공장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3년 코오롱글로벌 부장으로 영전한 뒤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해 당시 국내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상무, 2018년 전무를 거쳐 입사 8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규호 전무는 그룹 패션 사업을 총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전환 작업 등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며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에서 성장하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오롱FnC 실적부진 지속..리베토코리아 2년간 적자 94억원

코오롱FnC는 지난 2018년 말 이 부사장이 투입되면서 온라인 부문에 힘을 실었지만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오롱FnC 매출은 2018년 1조456억원에서 2019년 9729억원으로 줄어들며 '1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영업이익도 399억원에서 135억원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581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2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유통망 다각화와 브랜드 확장 등 공격적인 신사업 행보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후계자 이규호 부사장 입장에선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 부사장은 2030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젊은 감성의 새 브랜드를 론칭하고 온라인 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 5월 첫 자체 화장품 브랜드로 선보인 '엠퀴리'는 올 상반기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솟솟618'·'솟솟상회' 등 콘셉트스토어는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부사장이 2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리베토코리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전무가 처음으로 맡은 계열사 대표 자리인만큼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면 그룹 후계자로서의 위상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리베토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여성전용 셰어하우스 '커먼타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2018년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셰어하우스 브랜드인 '커먼타운'을 인적분할해 세워졌다. 이 전무는 회사 설립 과정에서 36억원을 출자해 지분 15%를 취득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이 전무가 대표를 맡은 이후 지난 2년 동안 리베토코리아는 총 94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8년 48억원, 지난해 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누적 손실액은 99억원에 달한다. 다만 매출액은 2018년 12억원에서 지난해 35억원으로 증가했다.

■ 이 부사장 지분 '전무'..후계능력 검증 필요성 커져

이 부사장의 후계능력 검증은 2016년 처음 시작됐다. 이 부사장은 기업이 주도하는 벤처캐피털(CVC) 사업의 구성 초기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VC는 신사업 창출을 위해 인수합병(M&A)이나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사업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재무적 투자를 하는 사업이다. CVC 경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면 향후 승계구도에서 물리적,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내기 충분하다.

사내 TF를 전신으로 설립한 이노베이스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2016년 6월 미국 벤처기업 '플런티'에 1억9900만원을 투자해 지분 4.03%를 취득했다. 이어 7월에는 퀵서비스 어플 '퀵퀵'에 1억원을 투자해 지분 3.45%를 확보했다. 2018년 5월에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리센스메디컬의 지분 1.79% 취득했다. 취득가격은 1억9900만원이다.

하지만 온라인 퀵서비스 앱 '퀵퀵'을 운영하는 볼트테크놀로지는 현재 폐업 상태이며 플런티는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하면서 법인 청산에 따라 2018년 11월 보유 지분을 2억8400만원에 처분했다. 2억원을 투자해 2년 동안 8400만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벤처캐피털 투자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지만 현재까지 코오롱의 CVC 사업은 업계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8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후계자 이규호 부사장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웅열 전 회장이 2018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주사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이웅열 전 회장으로 지분율은 올해 상분기 기준 49.74%(627만9798주)다. 지난해 말 47.38%(571만4557주)과 비교해 2.36%포인트 상승했다.

이 부사장은 아직까지 코오롱의 주요 주주 명단에 없으며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 코오롱글로벌 실적 전망 밝아..경영권 승계 명분쌓기 제격

업계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명분을 쌓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그룹이 추진한 초대형법인화 전략에 따라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코오롱글로벌이 차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맡은 자동차사업부문은 1987년부터 독일 BMW 차량의 한국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1995년 BMW 코리아가 설립되어 직판체제를 구축할 때까지 코오롱글로벌이 국내 유통을 담당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전체 매출의 34.1%에 달하는 5839억2700만원을 자동차 판매에서 거뒀다. 그만큼 수입 자동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신사업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준비되어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전기지게차를 시작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월 중국 BYD사와 '국내 전기지게차 공급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2020년부터 국내 전기지게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9792억원, 영업이익 48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8%, 71.9% 증가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다.

주택 부문과 자동차 판매 부문이 나란히 매출액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건설 부문에서의 원가율 개선이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달 코오롱 산하 오토케어서비스의 보통주 100%를 1258억원에 인수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토케어서비스는 테슬라, 마세라티, 캐딜락 등 수입차 공식 위탁 A/S업체로 오토모티브(볼보 판매 및 A/S)와 아우토(아우디 판매 및 A/S)의 지분을 각각 100%, 99.3% 보유 중이다.

한화투자증권 송유림 연구원은 "수입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향후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주택 매출 성장 지속과 오토케어서비스 인수 효과로 2021년 매출액은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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