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의 괴력'..2년 10개월만에 코스피 사상 최고, 내년 3000 예상도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1.24 08:24 의견 1
코스피 지수 추이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코스피가 2년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증시가 새역사를 쓴 데에는 이른바 '동학개미'인 개인 투자자들이 버팀목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 2700∼2900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코스피 2602.59로 마감..사상 최고치 경신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3일 전일 대비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 2598.19포인트를 약 2년 10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54포인트(0.26%) 오른 2560.04로 출발해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오전에 2600선 고지를 밟았다. 이후 강세 흐름이 이어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장중 고점은 2605.58을 나타내 2018년 1월 29일 장중 최고치인 2607.10 경신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신기술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의이 코스피를 이끌었다.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3.31% 오른 74만8000원, 삼성SDI는 2.14% 오른 52만6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 순위 9위였던 LG화학은 이날 시총 4위에 올랐다.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시총 격차는 약 4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20위권에 겨우 들었던 삼성SDI는 시총 8위에 랭크됐다. 2차전지 업종이 어느새 한국 증시의 핵심 주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해 말 코스피 시총 22위였던 카카오(0.41%)의 약진도 눈에 띈다. 카카오는 비대면 대표주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들어 무려 139% 급등하며 실적주의 대표 주자인 LG생활건강(10위)을 제치고 시총 9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말 기준 톱 10에 포함돼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0.63%), NAVER(0.18%), 셀트리온(1.52%) 등과 같은 바이오·인터넷 대표주들도 올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며 신고가 형성을 이끈 일등 공신들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새로운 기업들이 높은 성장성을 토대로 대한민국 증시를 이끄는 주도 종목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가 신고가를 경신한 국면의 공통점은 모두 새로운 성장 산업이 등장했다는 점"이라며 "1999년 통신, 2010년 자동차, 2017년 반도체 기업들이 시총 상위 톱 10에 새로 진입하거나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5거래일 만에 신고가를 다시 쓰면서 시총도 402조9000억원까지 늘어나며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도 9개월 만에 10만원 선을 회복하고 역대 최고가인 10만5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11포인트(0.36%) 오른 873.29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2.04포인트(0.23%) 오른 872.22에 개장해 강세 흐름이 유지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132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31억원, 667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총 상위 종목 중에는 셀트리온제약(3.67%), 셀트리온헬스케어(1.22%), 카카오게임즈(1.66%) 등이 올랐다. 반면 알테오젠(-1.00%), 에코프로비엠(-0.40%), CJ ENM(-0.22%) 등은 약세로 마감했다.

■ 투자자예탁금 63조원로 급증..개인투자자 지수 방어 역할 톡톡

개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주식시장의 버팀목이 되며 국내 증시의 한 축으로 우뚝섰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패닉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개인들은 이를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했다.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한 금액은 37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각각 24조7000억원, 14조2000억원씩 털어낸 물량을 모두 흡수했다.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에 개미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것이다.

동학 개미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3월 1457.64까지 내려갔던 코스피 지수는 9월에는 2400을 돌파하며 연고점에 이르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외국인이 수급을 주도해온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확실한 수급 주체로 자리 잡았다.

이전까지 국내 주가 움직임이 외국인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결정됐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결정에 가장 큰 주도권을 갖는 쪽으로 바뀐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증시 대기 자금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초 30조원에 불과하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63조원에 달한다.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잔고는 올해 초 9조원 대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7조원이다.

개미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매수해왔다. 이달 들어서는 매수세로 돌아선 외국인과 바통 터치를 하며 코스피 시장에서만 5조9000억원어치 내다팔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저가에 매수한 뒤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모두가 두려워하고 긴가민가할 때 개인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매수를 했고 이는 한국 증시를 재평가하는 출발점이 됐다"며 "가장 성공한 개인투자자의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 증권가, 내년 코스피 2700∼2900대 전망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내년에는 2700∼2900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내년에는 올해 최고치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상단으로 하고 1960선을 하단으로 하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조정 장세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증권사 13곳이 연간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한 2021년 코스피 목표 지수 또는 예상 범위 상단은 최저 2630에서부터 최고 3000에 이른다.

예상 범위 하단은 낮게는 1960선에서 높게는 2300선으로 잡고 있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내년 코스피 목표치는 대체로 2700∼2900 사이에 포진한다.

NH투자증권(2800), 메리츠증권(2250∼2800), 케이프투자증권(2300∼2800), BNK투자증권(2800), 한국투자증권(2260∼2830), 삼성증권(2100∼2850) 등 가장 많은 증권사가 코스피 목표치를 2800대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연초에 국내외 경기회복 기대로 주가가 상승한 후 바이든 정부 허니문 기간 종료와 금리 상승으로 일시 조정이 올 수 있다"며 "이후 경기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금리는 안정되며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경제 상황)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술 침투 가속에 따른 시장 재편과 실적 성장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레벨 업'할 것"이라며 "한국은 기술 변화기에 가장 유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가"라고 평가했다.

코스피 2700대를 목표치로 잡은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2100∼2700), 하나금융투자(2700), 한화투자증권(2100∼2700), KB증권(2750) 등이다.

신한금투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는 업황 저점을 확인하고 돌아선 것으로 보여 상반기 주도주를 반도체로 꼽는다"며 "반도체가 주도할 때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경험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나금투는 "미국과 중국 경제성장률 기저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기를 내년 2분기로 예상한다"며 "국내 수출증가율도 내년 2분기에 정점 형성이 가능하며 코스피도 비슷한 시기에 정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은 2900으로 목표치로 잡으며 "내년 코스피 당기순이익은 133조1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한 배당 확대 기대와 바이든 당선에 따른 무역 복원 시도도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치로 가장 높은 3000을 제시한 흥국증권은 "세계 성장률 상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효과를 고려하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3% 중후반 수준이 유력하고 코스피 기업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38%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코스피 영업이익 상향은 반도체, 자동차 등 실적 비중이 큰 업종의 실적 개선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가장 낮은 목표치(1960∼2630 박스권)를 예상하는 DB금융투자는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 부채와 최저 수준의 재정수지를 기록하며 민간 투자와 정부 지출이 악화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략적으로는 주도주 교체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코스닥, 성장주, 비대면주가 주목받았다면 내년에는 그 대척점에 있는 코스피, 가치주, 필수소비재, 경기소비재, 산업재 등이 비교 우위를 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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