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승인’ DH-배민 합병 안갯속..다음달 ‘분수령’

박수진 기자 승인 2020.11.18 14:34 의견 0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배달의 민족’,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로고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요기요)가 추진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 민족(배민)’ 인수·합병(M&A)이 안갯속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을 이유로 DH에 “‘배민을 인수하려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DH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국내 ‘공룡 배달앱’ 탄생에 제동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DH 측에 배민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DH의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와 관련해 DH는 해당 제안을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배민-요기요 합병을 놓고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 지분 87%(약 4조7000억원)을 사들이는 계약을 맺은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배달앱 시장에서 DH의 독과점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인상 폐해가 우려되면서 1년여 동안 M&A에 속도가 붙지 못했다.

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0% ▲배달통은 1.2%로 점유율이 무려 90.8%에 달한다. DH가 배달통도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역시 독과점 사업자 탄생에 대한 우려에 ‘조건부 승인’이 아니라 사실상 ‘인수합병 불허’라는 분석이다. 요기요 매각 시 DH의 인수합병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DH 측은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 내용을 다음달 열리는 전원회의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DH 측은 “요기요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DH 측이 이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 제출 시 이르면 다음달 9일 전원회의를 열고 기업결합 승인 조건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는 공정위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공정위원장 등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9인이 어떻게 합의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후 협상을 통해 조건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혁신경제 성공의 상징이 된 배민 매각을 불허할 경우 발생할 위험부담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도 DH 측이 ‘경쟁제한성을 너무 과하게 판단했다’는 취지로 공정위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타트업·투자업계도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놓고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저해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두 단체는 “한국의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한 글로벌 엑시트(exit)라는 상징적인 사안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이다”며 “유니콘 육성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엑시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원회의에서 DH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DH는 배민 인수 여부를 놓고 기로에 놓이게 된다. 요기요 대신 배민을 택할지 아니면 인수합병을 없던 일로 할지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DH의 인수합병을 허락해도, 불허해도 거기에 맞는 논란들이 또 불거질 것으로 예상돼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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