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 ‘자체 앱’, 전문 배달앱에 도전장..소비자 반응 ‘시큰둥’

가맹점주 앱이용 수수료 부담 해소·자체 경쟁력 강화 시도
완성도·효율성 상대적 열세..교촌치킨, '품절' 알림창만 떠

박수진 기자 승인 2020.11.02 15:52 | 최종 수정 2020.11.02 16:20 의견 0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품외식업계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왼쪽부터) KFC, 롯데잇츠, SPC그룹 해피앱 홍보 자료(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품·외식업계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쿠팡)’, ‘위메프오(위메프)’ 등 전문 배달앱 등이 시장을 장악한터라 소비자들을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다.

2일 통계청 ‘2020년 8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음식서비스)에 대한 거래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배달앱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배달 앱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배달의민족 약 1317만명, 요기요 약 661만명, 쿠팡이츠 약 150만명, 위메프오 약 50만명, 배달통 약 26만명이다.

이처럼 전문 배달앱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각 식품 업체들은 가맹점주들의 배달앱에 수수료에 대한 부담 해소 및 자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육책으로 자체앱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는 물론 각종 이벤트 등으로 고객들을 이끌어보겠다는 취지다. 

최근 KFC는 앱 회원 가입 고객에게 더욱 풍성한 혜택을 제공하고 고객들의 이용 편의성을 강화하고자 자사 앱 멤버십을 리뉴얼 했다. 특히 KFC 앱을 통해 멤버십으로 가입한 고객에게 기존에 증정하던 후렌치후라이 교환권 이외에도 매주마다 매장, 딜리버리 쿠폰을 증정한다. 생일에는 축하 쿠폰으로 징거버거 교환권을 추가로 제공한다. 

SPC그룹은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해피앱’을 통해 바로 주문할 수 있는 ‘갓 구운 빵’ 서비스, 와인 스마트 오더 서비스인 ‘내 집 앞의 와인샵’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운영 중인 브랜드를 한 데 모아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잇츠’를 내놨다. 롯데 잇츠는 론칭 당시 주문 건수가 5만건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비대면 주문 수요가 늘면서 주문 건수가 지난 6월 20만건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 식품기업 자체앱들이 전문 배달앱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용하는 전문 배달앱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 전문 배달앱 경우 한번의 회원가입, 주소 등록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손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체앱의 경우 일일이 다운로드를 해야하는 것은 물론 회원가입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무엇보다 해당 앱이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가 지속적인 게 아니라 일시적인 만큼 지속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한 굳이 휴대폰에 앱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없다. 또한 전문 배달앱과 마찬가지로 배달 비용이 추가될 경우 사용할 메리트는 더욱 없다.      

교촌치킨의 경우 ‘교촌1991’ 앱을 통한 주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선택하는 메뉴마다 ‘해당 메뉴가 품절되었습니다’라고 알림창이 뜨기 때문이다. (자료=‘교촌1991’ 앱 캡쳐)

이밖에 일부 자체앱의 경우 이용 자체가 힘든 경우도 있다. 일례로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7월 자체 주문앱 매출이 올해 1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앱을 통한 주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선택하는 메뉴마다 ‘해당 메뉴가 품절되었습니다’라고 알림창이 뜨기 때문이다. 

교촌치킨 앱 사용자 A씨는 “교촌치킨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려고 하는데 실행과 함께 앱이 계속 꺼지더니 나중에 어렵게 로그인이 됐어도 전 메뉴 모두 ‘품절’이라고 해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부 전문 배달앱의 경우 중개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춰 입점 기업을 늘려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즉 나중에는 자사 가맹점이어도 자체앱 이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지난 1일 독립 출범한 ‘공정배달 위메프오’는 지난 9월부터 ‘중개수수료 0%’(서버이용료 주 8800원 별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위메프오에 따르면 9월 이후 한 달간 제휴·문의 게시판에 접수된 신규 입점 문의는 2배가량 늘었다. 입점 업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메뉴 선택지가 늘자 이용자 수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또 빅 프랜차이즈들과의 프로모션, 주문 금액에 따른 적립 등 업계 최고 수준의 고객 혜택을 제공하면서 위메프오 배달 주문 고객은 13배 증가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각 식품 업체들이 자체앱으로 어떻게 소비자의 유입을 늘리고 활성화시킬지 고민해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앱만의 메리트로 고객도 확보하고 자영업자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특히 사용 빈도에 따라 스탬프 및 무료 쿠폰, 생일 고객 무료 음료 증정 등 다양한 혜택으로 고객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있는 ‘스타벅스 앱’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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