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출범 5개월 롯데온 ‘산통’..남겨진 과제는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9.24 16:21 | 최종 수정 2020.09.24 16:42 의견 0
롯데온 모바일 화면 모습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오프라인 유통공룡 롯데쇼핑이 지난 4월말 야심차게 선보인 ‘롯데온(ON)’이 이달 출범 5개월째를 맞이했다. 출범 당시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 온·오프라인을 뛰어넘는 롯데온의 저력이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시장에서 제대로 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유통공룡’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쿠팡, 위메프, 티몬, 11번가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서비스 시행착오’ 출범 당일부터 현재까지 진행형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롯데쇼핑이 롯데그룹 내 유통 계열사(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롯데홈쇼핑·하이마트·롭스 등) 7개를 한데 모은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이다. 롯데쇼핑이 2018년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한 뒤 총 3조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출범 당시 롯데쇼핑은 롯데온에 빅데이터를 적용,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쇼핑몰을 완성하겠다며 “이커머스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롯데의 장점인 전국 1만5000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가 없는 ‘옴니채널(Omni-Channel)’을 구현하겠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를 말한다.

하지만 다음달 출범 반년째를 맞이하는 롯데온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리 잡기는커녕 출범 당일부터 현재까지 각종 서비스 문제를 일으키며 논란만 야기하고 있다.

먼저 서비스 시작 당일부터 서브 트래픽 과부하 문제로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던 롯데온은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정상화됐다. 이후에도 출범한지 한 달 간 ▲사전고지 없이 회원 등급 초기화 ▲검색오류 ▲주문누락 ▲오배송 ▲고객센터 불통 ▲반품불가 등의 문제로 삐걱렸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문제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롯데온은 ‘엘포인트 x2 더블찬스’ 이벤트를 실시했다. 롯데온 앱에 있는 엘페이 바코드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4개 매장서 결제할 경우 총 2만5000원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이다. 

하지만 당시 롯데쇼핑 측이 ‘최소 금액’을 정해 놓지 않고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몇천원의 결제액만으로도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2만5000원의 포인트가 제공되자 고객들의 폭발적인 참여가 이뤄진 것이다.

한 고객은 블로그를 통해 “나들이 삼아 부부합산 엘포인트 5만원 위해 이벤트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은 “롯데백화점(1200원), 롭스(500원), 슈퍼(220원), 마트(250원) 등 총 2170원을 사용해 25000원을 벌었다”고 블로그에 게재했다.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선 롯데쇼핑 측은 당초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예정돼 있었던 행사를 5일만에 조기 종료해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회사의 손실 부문은 예상하지 않은 채 섣불리 진행한 이벤트였던 것이다.

차별화된 영업 전략 실종..유통공룡 타이틀 무색

서비스 차질 속 3조원을 투자해 만든 롯데온 통합몰도 업계에서는 오히려 고객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신세계 그룹이 계열사 간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것과 달리 롯데그룹은 기존 운영하던 계열사별 온라인몰은 그대로 둔 채 롯데온을 출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온만의 차별화된 정책이 없다는 점도 시장 내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쿠팡은 ‘로켓배송’, 위메프·티몬은 ‘특가·최저가’ 등 각 이커머스 기업이 내세우는 영업 전략이 롯데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적이지 못한 롯데온을 두고 일각에서는 ‘유통공룡’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 G마켓, 위메프, 티몬, 11번가 등 기존 온라인 유통 사업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 사이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지조차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을 보면 온라인 유통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되고 있는 등을 감안했을 때 롯데쇼핑 측은 무엇이 잘못된 건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출범 고작 반년..좀 더 지켜봐야” 시각도 나와

일각에서는 롯데온 출범이 반년이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지난 7월 초 ‘롯데온 통합 등급제’를 실시하는 등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통합 등급제로 롯데온의 우수 고객 활동성은 크게 늘었다. 통합 등급제는 롯데쇼핑이 선보인 고객 관리제도다. 구매 실적 기준에 따라 MVG, VIP, GOLD, ACE 등 4단계로 나뉜다. 매달 무료 배송권과 할인 쿠폰이 등급별로 차등 지급한다. 특히 롯데온·롯데백화점몰·롯데마트몰·롭스 온라인몰을 포함한 어느 곳에서 구입해도 롯데온 실적에 반영된다. 각 온라인몰 혜택을 중복으로 받을 수도 있다.

롯데온 우수 고객은 구매액 상위 0.5% 고객을 말한다. 롯데온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월평균 매출도 일반 고객보다 4배가량 높다. 롯데온 우수 고객 수는 시행 전과 비교해 약 58% 증가했으며 우수 고객 일 평균 매출도 40.3% 성장했다. 롯데온은 등급제가 성과를 내는 만큼 등급별 혜택을 강화하고 계열사 내 등급제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성배 롯데e커머스 마케팅 팀장은 “롯데온 통합 등급제는 소비자 반복 구매율을 높이고, 우수 고객을 유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차별화한 제도를 발굴해 온라인몰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지난 4월 롯데온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사용자가 굳이 상품 검색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추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목표”라며 “2023년까지 온라인에서만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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