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사갈등 심화..자산유동화 작업 차질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9.22 15:05 | 최종 수정 2020.09.22 15:47 의견 0

지난달 11일 대전 서구 홈플러스 대전둔산점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 관계자들이 경고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홈플러스 매장의 자산유동화를 두고 본사와 노동조합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홈플러스의 자산유동화 작업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노조와의 계속된 충돌로 잡음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점포 매각 작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점포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원, 영업이익은 38.9% 감소한 1602억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홈플러스는 안산점, 대전 둔산점, 탄방점 외 추가로 대구점 등 1~2곳 정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본사의 이 같은 매각 결정을 두고 노조가 안팎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홈플러스의 폐점 매각을 두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량 실업 사태다. 사측은 잇따른 폐점 매각에 있어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노조는 강제 전환배치와 부서 통합운영 등을 실시하면서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노조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한 후 대부분의 수익을 차입금 상환과 현금 배당으로 소진했으며,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위해 마트 영업 전략이 아닌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 형태의 문제점-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매장 매각 행위를 비판했다.

김기환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1조원 투자와 고용안정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이 흘렀고 수천명 동료들이 홈플러스에서 사라졌다”면서 “이제는 멀쩡히 최고 수준의 매출을 자랑하는 매장을 문을 닫는다고 해 싸움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지방자치단체 등을 움직여 홈플러스 폐점 저지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안산시를 찾아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 저지를 위한 안산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개발 용적률을 기존 1100%에서 400% 이하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업용 건축물은 기존 용적률 내 건축이 가능하지만 주상복합건축물은 불가능하다. 

노조 측이 해당 개정안을 촉구한 데는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을 겨냥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부동산 디벨로퍼인 화이트코리아와 안산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화이트코리아는 홈플러스 안산점을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안산시의회가 지난 18일 해당 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킨 만큼 화이트코리아의 홈플러스 안산점 주상복합 개발 계획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21일에는 대전시청에서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대전시청관계자 등과 대전탄방점, 둔산점 매각 저지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2곳은 홈플러스가 이미 매각을 확정한 상태이지만 대전시 등에 의견을 전달해 이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사측은 “자산유동화 계약이 이미 완료된 상황이라 조례 수정 여부로 인한 영향은 없다”고 밝히며 계획대로 매각 작업에 나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측은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공식입장문을 통해 “노조가 억지주장으로 멀쩡한 직원들에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황금연휴, 명절연휴에 기습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며 “월급은 올려달라면서 회사가 망하면 월급도 못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라며 노조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노조를 철없는 아들로 비유했다. 사측은 “가세가 기울어 당장 이번달 공과금을 내지 않으면 전기와 수도가 끊길 위기에 처한 가정이 있다”고 예시를 들며 “부모가 고육지책으로 집에 있는 자동차 중 한대를 중고차로 팔았는데, 그 집 아들이 멀쩡한 차를 왜 파냐면서 이미 판매한 자동차 열쇠를 들고 저 멀리 도망가고 있다. 이 철없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본사의 강경한 태도가 오히려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갈등 부각이 향후 자산유동화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임일순 사장이 격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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