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한 온라인 영업 방식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정가’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 e-커머스 쿠팡에서는 대부분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 같은 본사의 영업 방식에 피해를 보는 건 가맹점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모르는 매장 이용 고객들은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을 정가에 구매해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온-오프라인 가격 경쟁력을 같이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가맹점주와 본사 측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는 이유로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행보가 업계에서 자주 비교돼 거론된다.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LG생건은 최근 직영 온라인 몰을 가맹점들도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이는 최근 언택트(비대면) 소비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한 용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스킨케어·색조 주력 제품..매장은 ‘정가’ 쿠팡은 ‘50% 할인’
이니스프리의 주력 제품들이 쿠팡에서 최대 41%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쿠팡 캡쳐)
10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주력 제품들이 쿠팡에서 최대 41% 할인돼 판매되고 있다.
우선 이니스프리의 ‘더 그린티 씨드 크림(50ml)’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2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쿠팡에서는 41% 할인된 1만2880원에 살 수 있다. ‘그린티 밸런싱 스킨케어 화장품 2종 세트 EX’도 매장에서는 3만2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41% 할인된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대표 모공 케어템인 ‘수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2X’도 매장에서는 1만3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36% 할인된 827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 ▲그린티 씨드 에센스인로션(100ml) ▲그린티 클렌징 폼(150ml) ▲브라이트닝 포어 세럼(30ml) ▲제주 왕벚꽃 젤리 크림(50ml) ▲제주한란 인리치드 크림(50ml) 등 주력 스킨케어 제품들이 매장가보다 평균 39%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도 매장보다 쿠팡에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의 ‘플레이 컬러 아이즈 섀도우 팔레트(인 더 카페)’는 매장에서 정가로 2만2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52% 할인된 1만550원이다. ‘더블래스팅 파운데이션(30g, 엠버)’은 매장에서 2만2000원이지만 쿠팡에서는 42% 할인된 1만2680원이다.
이밖에 ▲닥터마스카라 픽서 포퍼펙트 래쉬 6ml ▲더블래스팅쿠션 글로우 15g ▲청순 거짓 브라우 카라 대용량(4호 내추럴 브라운) ▲래쉬펌 컬 픽스 마스카라 8g(또렷한 블랙) 등 주력 제품들이 매장보다 약 44%가량 저렴한 가격에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온-오프라인 가격 차별 영업 방식이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의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최근 이니스프리에서 제품을 구매한 A씨는 “지난주 매장에서 비비드 코튼 잉크 틴트 2개를 1만8000원에 구입했는데, 쿠팡에서 1개당 56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면서 “쿠팡에서 샀으면 1만1000원에 2개를 사고, 로켓배송으로 다음날 바로 받아 볼 수 있었다. 매장에서 제값주고 샀는데 더 비싸게 제품을 구매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 “본사 아모레퍼시픽과 불통..상생 찾기 힘들다”
지난 6월 29일에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본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불공정한 온-오프라인 가격차별 영업을 두고 가맹점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논란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본사로부터 가맹점과의 상생 도모를 찾기 힘들어서다.
에뛰드 한 가맹점주는 “쿠팡서 제품 판매가 올해 유독 더 심한 것 같다”면서 “본사에서 (가맹점) 자연 소멸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29일 이니스프리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 B씨는 “전국 매장을 없애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해당 불공정 영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원 글을 올린 B씨는 6년째 이니스프리를 운영 중인 가맹사업자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쿠팡 등으로 물건을 할인 공급해 판매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이어지며 매출이 줄어들었으니, 차라리 손해배상 및 가맹비 환급을 받고 장사를 접고 싶다는 게 B씨의 청원 요지다.
또한 B씨는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직영몰’이 로드숍에서 판매할 수 없는 ‘온라인 전용 제품’을 팔고 있다고 지적, 본사의 불공정 영업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렸다. B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온라인 제품 찾다 돌아가는 고객들을 보면 왜 같은 이니스프리 제품인데 온라인 전용으로 구분지어 놨는지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B씨는 “가맹점주들은 쿠팡에서의 이니스프리 철회와 동일한 정책을 요구하면서 본사 앞 집회와 공정위 제소까지 했지만 본사의 일관적인 모르쇠로 너무나 지쳐있다”며 “본사가 원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시고 전국의 매장을 모두 없애 달라. 저희도 힘들다고 가맹 버린 본사와 더 이상 같이 일할 생각없다”고 덧붙였다.
■ 아모레퍼시픽, 온라인 판매 강화 행보..왜?
하지만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소비자가를 낮춰서 납품하거나 더 들여서 납품하는 건 아니다”면서 “쿠팡이나 온라인몰 가격이 매장가 보다 낮은 이유는 시즌마다 진행되는 할인 정책 및 쿠폰 등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더 싼 제품이 있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 싼 제품들이 있다”면서 “온라인 부분만 부각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는 각 유통 채널과의 거래 시 형평성을 고려해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오프라인(가맹점) 중심의 운영방식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전사적 디지털화’를 강조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채널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며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선도하자”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공격적인 디지털 전환 효과로 온라인 매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늘었고, 2분기에도 60%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하반기에도 온라인 매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온라인 강화가 이해가지만, 가맹점과의 상생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면서 “경쟁회사인 LG생활건강이 최근 가맹점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한 직영 온라인 쇼핑몰을 선보이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선보이는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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