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가맹점주, 본사의 이상한 영업에 ‘분노’..협의회 발족 단체행동 ‘초읽기’

매장에서 4만2000원짜리 제품, 쿠팡에서 개당 1만4000원
가맹점 “회사 적자 메우기 위해 물건 싸게 넘겨 우리가 피해”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8.06 16:08 | 최종 수정 2020.08.06 17:24 의견 101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 가맹점주들이 최근 본사의 이상한 온라인 영업 방식에 분노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버젓이 ‘정가’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 e-커머스  쿠팡에서는 1+1 묶음으로 판매되는가 하면 최고 66% 할인된 가격에 올라온 제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상품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반값 이하에 판매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층 고객들 중심으로 매장에서는 테스트를, 제품 구입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가맹점 피해가 큰 상태다. 문제는 이와 관련해 본사 측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긋는 등 나몰라라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샤 가맹점주 130여명은 지난달 7일 본사인 에이블씨엔씨 측의 ‘불공정한 영업’ 환경으로 가맹점들의 피해가 심화된다며 가맹점주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달 기준 미샤 가맹점이 200개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과반수가 협의회 발족에 동의한 셈이다. 

미샤 가맹점 점주들이 주장하는 불공정 영업이란, 본사 측이 오프라인 매장 정가보다 쿠팡 및 본사 편집숍 눙크(NUNC) 등 온라인에서 제품을 더 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미샤 타임 레볼루션 개똥쑥 트리트먼트 에센스(150ml)’ 1개 제품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권장가격 4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쿠팡에서는 같은 제품을 1+1으로 2만834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쿠팡 캡쳐)

실제로 ‘미샤 타임 레볼루션 개똥쑥 트리트먼트 에센스(150ml)’ 제품(1개)은 매장에서 소비자 권장가격인 4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쿠팡에서는 같은 제품을 1+1원으로 2만8340원에 판매되고 있다. 1개당 1만4170원으로 오프라인 매장서 판매되는 1개 제품 가격보다 무려 66%나 싸다. 

‘미샤 타임레볼루션 옴므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화장품 2종 세트’는 매장에서 1세트에 6만4000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쿠팡에서는 이보다 500원 싼 6만3500원에 2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

‘비타C플러스 잡티C 탄력앰플(30ml)’ 역시 매장에서는 1개당 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2개에 2만238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제품 2개 구입 가격이 오프라인 매장 1개 제품 가격보다 20% 싸다.

‘비타C플러스 잡티C 탄력앰플(30ml)’ 제품은 매장에서 1개당 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2개에 2만23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쿠팡 캡쳐)

에이블씨엔씨가 지난해 론칭한 편집숍 브랜드 ‘눙크’에서도 많은 미샤 제품들이 정가 대비 최대 50% 할인돼 판매되고 있다. 

미샤의 한 가맹점주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면서 “젊은 층들은 바로바로 휴대폰으로 가격을 확인해 매장에서는 제품 테스트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메인 제품들만큼은 지켜달라고 했는데 쿠팡에서 1+1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 모두 메인 제품들이다”면서 “현재는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공정 영업환경에 미샤 가맹점주 협의회는 지난달 7일 협의회 발족과 함께 본사 측에 ▲온라인-로드숍 차별 정책 폐지 ▲할인 행사시 분담금의 균등한 부담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본사 측은 “노력 및 고려해보겠다”는 무의미한 답변만 내놓았을 뿐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게 가맹점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에이블씨엔씨 측은 온라인 판매 부분과 관련해 “회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본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쿠팡이나 오픈마켓 등 소셜커머스에서는 회사 물건이 팔리는 경로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면서 “1+1 행사를 1년에 2번 행사를 하는데, 카드 할인이라던지 쿠폰 구입 등이 있을 수 있고, 다른 가맹점이나 상시에 쿠팡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인 가격을 무너뜨리면 가장 손해 보는 것은 회사이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올바른 가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품 생산 유통 이력을 추적하는 QR코드 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내 해당 판매 제품 ‘필수 표기정보 더보기’란에도 ‘이 상품은 미샤로부터 공급 받는 상품입니다’로 표시돼 있다. (사진=쿠팡 캡쳐)

하지만 회사 측의 주장과 달리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샤 1+1 및 할인 제품들은 쿠팡이 에이블씨엔씨(미샤) 측과 계약을 통해 직매입해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다. 쿠팡 내 해당 판매 제품 ‘필수 표기정보 더보기’란에도 ‘이 상품은 미샤로부터 공급 받는 상품입니다’로 표시돼 있다. 

다만 쿠팡에서 판매되는 해당 제품 가격들은 에이블씨엔씨(미샤) 측이 정하는 게 아니라 상품들을 매입해 판매하는 쿠팡 측이 정한다. 즉 제품을 구입한 쿠팡 측이 손해를 보면서 팔지 않는 한, 에이블씨엔씨가 쿠팡에 해당 제품들을 얼마에 넘겼는지가 포인트이다. 회사 측이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뻔한 상황에서 싼 가격에 제품들을 넘겼다면, 본사로서 가맹점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또 다른 미샤 가맹점주는 “지난달 7일 가맹점주협의회 발족 시 당일날 진행된 본사 간담회와 전날 6일에 진행된 대구 간담회에서 본사 영업 전무가 직접 쿠팡과의 거래 내역에 대해 언급했다”며 ”전무가 회사 적자를 메꾸기 위해 쿠팡에 제품을 싸게 넘겼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이블씨엔씨 측은 이 역시 “사실 무근”이라며 미샤 가맹점주들의 주장에 선을 그어 미샤 가맹점주들과 본사와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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