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에 선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의 결단..항암제 등 신약 개발 '승부수' 될까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8.04 14:45 | 최종 수정 2020.08.04 15:36 의견 0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 (자료=인터파크홀딩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국내 전자상거래 1호 기업인 인터파크가 항암제를 비롯한 신약 개발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인 여행·공연 등이 큰 타격을 받자 바이오 산업을 통해 근본적인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새 성장동력 발굴에 부진했던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의 고민이 그만큼 더 깊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불투명하고 낯선 '미래 먹거리' 사업에 승부수를 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영 환경 변화'에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오융합연구소 분사..IBCC 별도 법인 설립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지난달 31일 부설 연구소인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분사해 별도 법인인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했다. ‘컨버전스(Convergence)’ 방식으로 신약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컨버전스 방식은 자체 기술, 연구가 중심이 되는 기존 신약 개발 방식과는 다르다. 트렌드 분석과 의료 현장의 실제 수요를 반영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신약을 능동적으로 선정한다. 이후 그에 최적화한 기술과 인력들을 모으고 융합해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먼저 항암제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후 여러 분야로 개발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기존 바이오융합연구소가 진행해 왔던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을 신약 연구 개발의 한 축으로서 활용할 계획이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에는 인터파크와 그룹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업체)가 각각 51%와 49%의 지분을 투자했다. 홍준호 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이 신설 법인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화이자 한국·일본 메디컬 디렉터를 지낸 이상윤 내과 전문의가 연구소장으로 영입됐다.

또한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 연구팀이 신약 개발에서부터 임상 연구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조 교수가 이끄는 폐암센터는 80여 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다국가 임상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출신 이 회장 의지 결정적

인터파크가 바이오 산업을 선택한 데는 과학도 출신인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출신답게 평소 과학 분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인 바 있다. 2014년 11월 ‘과학을 사랑하는 사람 10만명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사재를 출연해 카오스(KAOS, 무대 위에서 깨어난 지식)재단을 직접 설립했다. 대중에게 기초 과학과 수학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타 부문의 학문과 소통을 교류하는 게 목표다.

이 회장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11월까지 5년간 150회 이상 대중 강연과 콘서트를 개최했다. 누적 강연시간은 405시간, 오프라인 청중은 3만3000여명을 넘어섰다.

이후 이 회장은 2년 후인 2017년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의 전신인 ‘인터파크바이오융합연구소’를 설립해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이다.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불린다. 신약개발 및 질병치료와 인공장기 개발 등의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해 재생 의학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다. 

바이오융합연구소는 2018년 연세의료원과 정밀 의료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처음으로 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로지와 오가노이드 기술사용 특허권과 기술 이전에 대한 라이선스를 계약하는 등 연구 기반을 지속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여행·공연티켓 사업 타격 불가피

이처럼 이 회장이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등 바이오 산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환경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인터파크의 주력 사업인 공연 티켓 및 여행 사업 등의 타격이 불가피해져서다. 

실제로 인터파크의 올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51억원, 당기순이익은 1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4.0%, 53.7% 줄었다.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10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영업손실이 14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괄목할 만한 신사업을 내세우지 못했던 인터파크가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인터파크는 2018년 연 4조원 규모의 로또복권 사업을 대행하는 4기 복권수탁사업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 의사도 내비쳤지만 몇 달 뒤 불참 의사를 밝혀 적극 나서질 못했다.

이 같은 전례 탓인지 인터파크의 전날(3일) 주가는 바이오 신약 개발 시장 진출 공식화가 무색하게 전일 대비 7.4% 하락한 2375원에 마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안전한 신약 하나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인터파크의 바이오산업은 지켜봐야할 단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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