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는 신규 멤버십을 내세워 탈 쿠팡 수요를 잡기에 나섰다.

29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이달 23일 기준 1523만812명으로 집계됐다. 쿠팡이 약 3370만건 회원 정보 유출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29일보다 약 6.3% 줄었다.

쿠팡의 일간활성이용자수는 이달 23일 기준 1523만812명으로 집계됐다.(사진=연합뉴스)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했던 중국 국적 전 직원의 진술과 증거 확보, 피해 보상안 검토 등 사태 수습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미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일 기업의 보안 사고로서는 기록적인 하락 폭”이라며 “대중의 배신감이 데이터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경쟁 기업들의 탈 쿠팡 수요를 잡기 위한 멤버십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SSG닷컴은 새해부터 신규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선보인다. 쓱세븐클럽은 장보기 결제 금액 7% 고정 적립에 OTT 티빙 이용권, 신세계백화점몰·신세계몰 쿠폰 등 생활 밀착형 혜택을 집약했다. 사전 알림 신청 고객은 2주일만에 40만명을 돌파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롯데마트 제타와 컬리 등 신선식품 이커머스와 동맹 전선으로 탈 쿠팡 수요잡기에 나서고 있다.

(왼쪽 시계방향) 롯데마트 제타, SSG닷컴 쓱세븐클럽, 컬리N마트(사진=각 사)

네이버와 컬리가 전략적 협업으로 선보인 컬리N마트는 지난 9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거래액이 50% 이상 늘어났다. 재구매율도 비회원 대비 2배 이상 높다. 컬리 자체 멤버십 가입 시 매월 적립금 2000원을 돌려주면서 체감 구독료를 0원으로 만들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가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 최대 5% 적립률을 적용받을 수 있어 컬리 자체 할인과 컬리 적립금,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동시에 누리는 효과가 있다.

롯데마트 제타는 이달 19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그로서리 배송 혜택을 도입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월 2900원의 제타패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타패스는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배송이 적용되는 구독형 서비스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매주 출시되는 주요 신상품을 중심으로 5%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쿠팡에서 빠져나온 수요가 네이버와 컬리·롯데마트 동맹전선 혹은 SSG닷컴으로 일부 흡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와우 멤버십을 58% 인상했음에도 보안 관련 문제가 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와우 멤버십 가격을 58% 인상했다. 이로써 매달 내야하는 와우 멤버십 월 구독료는 7890원이다. 반면 쓱세븐클럽은 3900원, 롯데마트 제타 2900원, 컬리 1900원으로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 이탈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각각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진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와 혜택을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신선식품 장보기와 실용적 혜택에 집중하면서 멤버십 가격 경쟁력을 낮춘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회 청문회에 나선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사진=연합뉴스)

■ 쿠팡 인프라 단기간 따라잡기 어려워..문제는 보상안과 쇄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쿠팡의 일간 사용자는 1488만명까지 떨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후 다시 1500만명대를 회복했다. 이는 여전히 쿠팡의 락인 효과가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멤버십으로 이탈 수요를 잡는다 하더라도 강력한 락인 효과를 보여주는 쿠팡의 새벽배송 인프라를 단기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해도 주문 후 몇 시간 만에 문 앞에 도착하는 물리적인 속도와 편의성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출 사태에 대한 적합한 보상안과 보안 시스템의 전면적 쇄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고객을 묶어두기는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쿠팡 김범석 의장도 사태 수습에 나선 만큼 쿠팡의 보안 관련 쇄신과 이번 사태에 대한 보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고 처음부터 깊은 유감과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어야 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오늘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진행 경과와 쇄신의지를 밝히고자 한다”며 “사태 직후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2차 피해 가능성’부터 즉각 차단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문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개인정보 유출자가 특정됐고 수사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보상안도 검토되고 있다. 박대준 대표 사임 후 새롭게 부임한 로저스 대표도 국회에 나서 데이터 거버넌스의 전면 재구조화를 언급하며 전면 쇄신을 예고했다.

먼저 보안 체계 강화를 위해 미국 본사의 보안 전문가들을 한국 법인에 대거 투입한다. 미국 상장사 수준의 엄격한 보안 통제 시스템을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퇴직 및 직무 변경 시 접근 권한 회수 프로세스도 강화한다.

보상안은 1조6850억원 규모를 투입해 고객 신뢰를 복원에 나선다. 내년 1월 15일부터 1조6850억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고객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대상은 지난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이다. 와우 회원·일반회원 모두 똑같이 지급한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쿠팡의 탈퇴 고객도 포함한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쿠팡의 모든 임직원은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고객에게 얼마나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쳤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객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