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패션업계가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리더십 변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실무형 임원을 대거 중용하고 40대 젊은 임원들을 발탁해 발빠른 조직으로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비롯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등 주요 패션기업들이 2026년 임원인사를 통해 패션 사업부 수장을 교체했다.
(왼쪽부터) 박남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 부사장,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대표 부사장, 김민태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대표 부사장(사진=각 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5년간 이준서 부사장 체재를 유지해왔다. 내년부터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따라 새해부터 실적 위주 미래형 패션 사업을 주도할 적임자로 박남영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임 박 부문장은 상해법인 상품담당, 빈폴사업부장, 해외상품사업부장, 전략기획담당 등을 역임했다. 기획 및 전략 수립에 탁월한 면모를 보여 온 것으로 알려진다. 자체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사업까지 폭넓은 보직을 맡으며 성과도 입증해 왔다.
상무급에서는 40대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이종학, 박기성, 이주영, 임대빈 등 신임 상무 4인을 선임해 현장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김덕주 부사장을 총괄대표를 새롭게 내세운다. 김 총괄대표는 신세계톰보이 대표도 겸직하며 패션 사업부 전체를 총괄한다.
김덕주 대표는 과거 해외패션본부장 시절 경기 침체 속에서도 효율적인 브랜드 운영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 부임으로 스튜디오 톰보이 등 자체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역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메틱 부문은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두 개 부문으로 나눠 각각 1980년대생 서민성 대표와 이승민 대표를 앉혔다. 또한 빠르게 9월부터 인사를 단행하면서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공격적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인사를 단행했다. 새 대표로 부임한 김민태 부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으로 재무구조 개선 중책을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는 코오롱스포츠 본부 인력들이 대거 승진했다. 골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도 신규 임원(상무보)으로 합류했다. 그룹 전체 신규 임원 14명 중 8명을 40대로 발탁했다. 2026년 임원인사를 기점으로 일부 브랜드들은 생산·영업 효율 극대화를 위해 통합본부를 신설해 관리할 방침이다.
(왼쪽부터) 김민덕 한섬 대표 사장, 조동주 이랜드월드 대표(사진=각 사)
현대백화점의 한섬은 안정 속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한섬은 김민덕 사장(부문장)과 박철규 사장(해외패션부문) 체제를 유지한다.
이 가운데 실질 성과를 낸 영업 및 상품 기획 부문 실무 리더들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시스템과 타임의 해외 매출 비중을 5년내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비전 아래 영업과 타임사업부, 해외패션사업부 등 관련 사업부 부장급들이 상무로 승진한다.
이랜드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정기임원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는 지난해 뉴발란스 브랜드장, 스포츠BU 본부장, 이랜드월드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한 조동주 상무를 이랜드월드 대표로 내세웠다.
주력 브랜드인 뉴발란스의 국내 직진출에 따른 이탈이 우려됨에 따라 조동주 대표 체재 아래 스파오, 미쏘 등 주력 브랜드 키우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대기업들의 정기 임원인사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는 점이 공통된 기조”라며 “젊은 실무형 인재들로 임원진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