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레이스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진옥동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지만 베일에 싸인 외부 후보 1인이 이번 경합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사진=각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전날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을 확정했다. 진옥동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그리고 외부 후보 1명 등 총 4명이 올라왔다.
내부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진옥동 회장의 독주 체제가 뚜렷하다.
진 회장은 취임 후 실적, 주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등 핵심 경영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조460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순이익 첫 ‘5조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가 역시 취임 당시 3만원대에서 최근 8만 원선까지 2배 이상 상승하며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함께 경쟁하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2기 체제를 맞아 리딩뱅킹 탈환이 당면 과제다. 증권맨 출신인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초 갓 취임했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관리자(LP) 손실사태 수습을 위해 내부통제 강화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눈길은 외부 후보에 쏠린다. 후보 본인의 요청으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외부 인사는 진옥동 대세론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군에 외부 인사가 포함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 2022년에는 조용병, 진옥동, 임영진 등 내부 인사로만 압축 후보군이 꾸려졌다. 조용병 전 회장의 취임과 연임이 결정된 2019년, 2017년 레이스 역시 내부 출신들이 경쟁을 주도했다.
역대 신한금융 회장들이 모두 내부 출신이었다는 순혈주의 전통을 고려할 때 이번 외부 후보의 포함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외부 후보가 실제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한금융 특유의 인사 철학과 진 회장이 보여준 압도적인 경영 성과를 고려할 때 외부 인사가 판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충족하기 위한 절차적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신한금융 회추위는 외부 후보 지원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통상 숏리스트 발표 후 일주일 내에 최종 후보를 선정하던 관례를 깨고 최종 면접 일정을 약 2주 뒤인 내달 4일로 잡았다.
이는 내부 사정에 밝은 내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외부 후보를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곽수근 회추위 위원장은 “최종 회추위 개최 전 외부 후보를 대상으로 별도 간담회를 마련해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설명과 필요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회추위 사무국을 통해 최종 면접 준비에 필요한 내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는 앞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승계 과정에서 외부 후보가 들러리에 그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회추위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정보 제공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내·외부 후보가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한금융은 다음 달 4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추위를 열고 최종 회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