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유통·식품가 승계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30대 오너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초고속 승진으로 회사 내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며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와 CJ그룹이 최근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중장기적 성과 도출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오너 3~4세의 초고속 승진 및 영향력이 확대됐다.
(왼쪽부터)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 경영리더(사진=각 사)
CJ그룹은 지난 18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실장을 미래기획그룹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이선호 실장은 지난 9월 CJ제일제당에서 지주사 CJ로 옮기면서 미래기획실장을 맡은 지 두 달만에 미래기획그룹장까지 맡는다.
미래기획실은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부서다. 미래기획그룹은 사업부별 시너지 강화 목적으로 유사, 인접한 기능을 통합 및 재편하는 내용의 지주사 조직개편으로 기존 미래기획실의 영향력이 더 확대됐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 17일 오너 3세인 전병우 COO(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1994년생 전병우 전무는 2019년 입사 후 약 6년 만에 초고속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삼양라운드스퀘어 측은 “불닭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확장을 총괄해 온 실적을 인정받았다”며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30대 오너 3~4세들의 경영 승계가 빨라지고 있는 주된 이유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신속하고 혁신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함이다. 30대 오너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과감한 신사업 추진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전무,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전무(사진=각 사)
이러한 배경에서 아직 임원인사가 나오지 않은 유통·식품기업들의 오너 3~4세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롯데는 이달 말 2026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신 부사장은 롯데제조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임하며 국내외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선임 및 경영 일선 참여하고 있다.
신 전무는 2023년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이후 1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정기임원인사에서 승진한다면 입사 6년만에 사장직으로 올라가게 된다.
식품가에서는 농심과 오리온이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작년 농심은 11월, 오리온은 12월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 인사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의 승진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신 전무는 2019년 농심 입사 5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현재 농심에서 미래 성장 전략과 신사업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리온은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 전무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담 전무는 입사 5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그룹의 경영권 승계 가속화 및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 바이오 사업 등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30대 오너 3~4세들의 초고속 승진으로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젊은 리더십을 통해 신속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유통 환경이 오너 3~4세들의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