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을 넘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산되면서 핵심 요소인 '인권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권경영은 법적 의무나 도덕적 선언을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공공부문 행정의 질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로 인식된다.

한국정경신문은 국내 대학 최초 ESG혁신단을 이끌고 있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인권경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현 신한대학교 교수를 만나 인권경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의 평가·자문위원을 역임한 이현 교수는 ESG 및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의 권위자로 불린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의 사회적 가치 표준화에 깊이 관여해왔던 만큼 그가 바라보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인권경영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에 대한 시각은 더욱 주목할 요소다. 이 교수는 인권경영을 위험 회피를 넘어선 가치 창출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인권경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현 신한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

평소 ESG 경영을 장기적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강조했다. 인권경영이 지방공기업이나 지자체에 어떤 장기적 경쟁우위나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인권경영을 '위험 회피를 넘어선 가치 창출'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 경쟁우위는 결국 '지역 사회의 신뢰(Trust)'에서 나온다. 인권경영은 지방공기업과 지자체가 시민, 임직원, 사회적 약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잠재적 인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를 통해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기관에서 현재 많이 실행하고 있는 '인권영향평가' 결과를 단순 점검표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산 배분, 주요 정책 결정, 성과 관리 시스템 등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인권 관련 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로 통합해야 한다.

공공부문 평가 전문가로서 인권경영 평가 시 가장 시급하게 표준화하거나 개선해야 할 지표는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인권경영 평가는 '제도 유무' 등 투입요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인권경영 정책이나 전략이 있는 지'와 '인권경영위원회가 구성됐는가' 등과 같은 형식적 측면이다.

하지만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은 '실질적인 성과와 영향'을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인권침해 고충처리의 신속성과 만족도', '인권 교육의 업무 연관성 및 인식 변화 효과', 또 '취약계층 인권보호 사업의 실질적 삶의 질 개선 기여도' 등을 측정해야 한다.

한국지방자치학회 인권경영특위에서는 이러한 '영향 기반(Impact-based)' 평가 기준을 정립해 지방공기업 및 지자체의 인권경영이 주민 생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인력과 예산이 한정된 지방공기업이나 지자체가 가장 적은 자원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우선순위 과제'는?

가장 적은 자원으로 최대 성과를 내려면 조직 내부의 '잠재적 인권 위해 요인 제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불필요한 차별, 민원인의 인권 존중 등 '공직자가 직접 통제 가능한 영역'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비용 효율적인 인권경영이다. 이와 함께 관내 중소기업 및 각종 단체에 대한 '인권경영 컨설팅 및 교육 지원' 등을 우선순위에 둬 지역 전체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인권경영이 지역사회의 경제적 활성화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는?

인권경영은 단순히 '인간 존중' 차원을 넘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하는 행위다.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은 당연히 사회적 약자가 안심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이는 우수 인재와 혁신적인 기업을 유인하는 '매력적인 도시'의 기본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인권경영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고 공동체적 책임 의식을 높여 '모두가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는 공동체'를 만든다.

우리 인권경영특위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학술적으로 검증하고 정책화해 인권경영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