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HOR)가 전 세계 금융의 패러다임이 실물기반자산(RWA)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짚었다.

HOR은 ‘온체인 금융 인프라: RWA와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금융 질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온체인 금융 인프라: RWA와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금융 질서’ 보고서 표지 (이미지=해시드오픈리서치)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지금처럼 제도 정비를 미룬다면 미래 금융 질서에서 설계자가 아닌 사용자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HOR은 국채·부동산·개인신용거래·지식재산권 등 현실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전하는 RWA가 글로벌 금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결제·정산·예금·대출·파생상품·자산운용 등 금융의 거의 모든 기능이 온체인에서 구현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전통 금융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직접 리드하며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토큰화 국채 머니마켓펀드(MMF)인 ‘BUIDL’을 출시해 지난달 기준 29억달러(약 4조원) 이상의 운용자산(AUM)을 확보했다. 프랭클린템플턴 역시 ‘벤지’ 토큰을 통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온체인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JP모건, 페이팔, 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금융·결제 기업들도 자체 토큰화 자산,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결제 인프라를 도입하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RWA 시장이 이미 실험 단계를 지나 기관 채택 단계로 진입했다고 봤다. 미래 금융에서 RWA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금융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한국의 RWA 논의는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현재 RWA의 한 종류인 토큰증권공개(STO) 제도화가 추진되고는 있으나 실제 관련 시장은 소수 조각투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기관들의 자산 운용규모와는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필수 결제 수단이 될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 향후 시장이 본격화될 경우 달러 기반 결제 인프라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미래 금융 시장에서의 원화 사용성 축소와 금융주권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특히 지금처럼 RWA를 규제 위험요소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HOR은 이러한 위험을 피하고 한국이 RW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고 관련 법제화를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RWA 발행·유통 제도와 기관 참여 규율을 명확히 마련해 다양한 기관의 진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체인 금융에 대한 위험관리·회계·감사 체계 정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R 관계자는 “RWA는 단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신 운영체제”라며 “정부·당국·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공동 실행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야만 우리나라가 미래 금융 질서를 이용만 하는 국가가 아니라 설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