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신라면세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반납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DF1 구역에 누가 깃발을 꽂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 모두 신라면세점이 이탈한 인천공항 면세점 DF1 구역 입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흑자 전환을 이룬 롯데면세점은 매출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DF5 구역에서 패션·잡화 판매만 하는 현대면세점은 카테고리를 확대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DF1 구역 사업권 반납을 결정하면서 신규 사업자 선정에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권 계약 이후 면세 시장은 주 고객군 소비패턴 변화와 구매력 감소 등으로 급격한 환경변화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한 DF1 구역은 향수·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역이다. 이 구역들은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보이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과거 면세점 호황기 시절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기도 했다. 패션·잡화와 달리 향수·화장품은 선물용이나 개인 소장용으로 꾸준히 소비되는 품목이라는 점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신라면세점의 영업정지 일자는 내년 3월 17일이다. 이 시기에 맞춰 인천공항공사는 신라면세점의 사업권 반납으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에 즉각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새로운 입찰을 통해 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유치하고 공항 면세점의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신세계면세점은 영업 유지와 사업 철수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달 29일 시행될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 흐름을 먼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 예고되면서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늘어나는 방한 관광객 수만큼 임대료 폭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신라면세점 이탈로 인천공항 DF1 구역 입찰 경쟁은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 2파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롯데면세점 측은 “인천공항공사의 신규 사업자 입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사드 사태와 코로나를 거치면서 임대료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2023년 6월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따이공 거래 중지 및 개별여행객들을 겨냥한 마케팅 강화 등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내며 올해 들어 수익성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롯데면세점이 다시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한다면 연내 수익성 개선 기조를 이어가면서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된다.

현대면세점도 DF1 구역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면세점은 DF5 구역(럭셔리 부티크)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구역은 주로 명품 브랜드 패션 및 잡화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면세점이 DF1 구역에 들어서게 되면 핵심 채널 입점을 통해 면세 사업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DF1 구역의 높은 임대료는 여전히 입찰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부담이다. 2024년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항공 매출 1조5269억원 중 60%에 달하는 9162억원이 면세점 임대료 수익이다.

여행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는 입찰 기업들의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DF1 구역은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여행객 수가 줄었고, 면세업계 큰 손인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최근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공사도 이번 신라면세점 사업권 반납으로 입찰 계획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대료 조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은 고수하면서 입점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DF1 구역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의 사업권 이탈로 인천공항 DF1 구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공식이 깨진 셈”이라며 “그럼에도 DF1 구역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핵심 구역이기 때문에 국내 면세기업 외에도 해외 면세기업들의 입찰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