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수익은 줄고, 대손 비용은 커지고, 결제 시장은 바뀌고 있다. 이는 국내 카드업계가 마주한 현실이다. 반복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며 대출판매는 건전성 리스크·대손충당금 부담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카드업계의 긴장감은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기존의 결제 시스템 구조가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중장기적으로는 카드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국적인 가맹점 인프라를 구축해 둔 만큼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로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신사업 개발과 신흥국 시장 개척에 카드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사진=본인 제공)
▲ 국내 카드사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지금 카드사들의 수익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다. 특히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결제 수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그동안 대출판매를 늘려왔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가계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카드론 부실마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부실은 고정이하 여신으로 전환돼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을 가중시켰다. 결국 비용 부담은 늘고 수익만 줄어드는 이중고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본업 수익이 악화된 이유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된다. 이 제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도입 취지는 합리적이다. 시장 상황에 부합한 적격비용을 산출해 합리적인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한 제도적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업권 간 동일 규제 측면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핀테크 사업자들이 대부분 지급결제 시장 참여해 유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런데 카드업권에 대해서만 적격비용제도를 도입해 가격 규제를 적용하는 게 과연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수수료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카드사들은 생존을 위해 무이자 할부·페이백 서비스 등을 줄여왔다. 혜택이 축소되자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덜 사용하게 됐고 이는 민간 소비 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금융당국이 의도하지 못했던 내용이다. 그래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해왔다. 작년에 재산정 기간을 6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폭 개선할 수 없다면 오히려 폐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 결국 수익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카드업계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신사업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 중이지만 아직 금융기관의 거래 내역을 조회하는 정도에 국한돼 있다.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가맹점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카드사들의 경우 소비 행태를 분석한 후 개인별로 관심 있을 만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할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 형식으로 말이다.
캐피탈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처럼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새롭게 확보할 필요도 있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동남아 시장으로 많이들 진출하지만 국내 기업끼리 제 살 깎아 먹기 경쟁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특화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중앙아시아나 몽골 같은 신흥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 국내외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결제 시장 구조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우리나라의 결제 시스템 구조는 카드사와 가맹점을 중심으로 밴(VAN)사와 PG사 같은 중간 관리자를 거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가맹점과 고객이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존 결제 시스템은 상당히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 카드사 입장에서는 위협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인가?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위협이다. 카드사의 결제 수수료 수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미 가맹점 인프라와 지급결제 노하우를 보유한 상태고 자본금 역량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카드사는 소비자들한테 가장 편리한 스테이블 코인 사업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신법) 부수업무로 포함하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카드사의 본업인 지급결제와 관련된 신사업이다. 이로 인해 여신법 부수업무로 포함하는 편이 제도화 속도도 높이고 규제 연관성을 유지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신업 부수업으로 개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카드사가 관련 사업을 수행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금융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한 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
▲ PG업계나 핀테크사와 달리, 카드업계가 스테이블코인 도입 과정에서 가지는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별점은 앞서 말했듯 가맹점 네트워크가 확보돼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역시 가맹점을 통해 이뤄지는 활동인데 카드사는 이미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며 단말기까지 보급돼 있다. 가맹점 역시 카드 결제에 익숙해져 있기에 카드사의 인프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신규 사업자들의 경우 가맹점 확보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제로페이 같은 것들이 들어왔었지만 유명무실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 해외 사례를 참고했을 때, 국내 카드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당장 도입되긴 어려울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카드사들은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개선안, 단기적인 실행 방안 등을 준비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형 인허가 제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각 카드사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사업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결제 시장 변화 속에서 국내 카드산업이 나아가야 할 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으로도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익성을 개선하고 카드론 위주의 고위험 사업에 대한 수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래에 다가오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카드산업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