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권이 전례 없는 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노조와 노동조직인 금융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맞물리면서다. 두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금융감독과 금융 현장 마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각각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12시 국회 앞에서 조직개편 반대 집회를 연다. 지난주부터 이어오던 ‘검은 옷’ 출근 시위가 첫 옥외 집회로 확대되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른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금소원 분리가 감독 기능의 혼선과 금융소비자 보호 약화를 초래하고 공공기관 지정은 감독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와 노조는 이번 옥외 집회를 계기로 총파업을 포함한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실제 총파업이 실행된다면 금감원 설립 이후 최초 사례로, 금융 감독 공백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금융노조도 오는 26일 총파업을 앞두고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총파업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의지를 다졌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인상 등이지만 금감원 조직개편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7월 성명서에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실질적 원인 분석과 현장 진단 없이 기구만 이원화하는 방식은 감독 공백과 금융사고를 근절할 수 없고 책임 회피, 중복 규제 등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연대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금융위 조직개편 토론회에 금감원 노조와 금융노조 관계자가 나란히 참석해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오창화 금감원 팀장(전 노조위원장)은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이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연계돼 분리하기 어렵다”며 과거 내부 분리 검사가 중복과 갈등으로 실패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금소원 분리·설립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직격했다.

이 위원장은 “감독기관이 2개가 되면 가장 큰 문제가 중복검사”라면서 “불완전매는 금소원이 담당하고 불법행위나 자산건전성 점검은 금감원이 담당하게 돼 증권사 입장에서는 한 번만 받으면 되는 검사를 두 개 기관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도 “금소원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이 졸속 추진 정책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보험소비자 입장만 아니라 10만 보험사 직원, 47만 보험설계사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노조의 동시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에는 전례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금감원 파업으로 감독 기능이 멈추고, 금융노조 파업으로 은행 창구와 고객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면 ‘이중 마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과 금융 노조가 비슷한 시기에 총파업에 나서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자칫 금융시장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