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진성 기자] 서울의 주요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성수1구역이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입찰 지침을 변경해 경쟁 입찰 구도를 조성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압구정2구역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예상투시도 (이미지=서울시)
대형 건설사 간의 경쟁 입찰이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성수1구역의 결정이 정비사업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의원 회의를 통해 기존 입찰 지침을 수정하고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지침이 특정 건설사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복수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해 조합원에게 최상의 사업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다.
성수1구역이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입찰 지침에는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제안 금지 ▲책임준공 확약 ▲금융 조건 제한 등 그동안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꼈던 조항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치는 경쟁을 통해 공사비 절감 및 사업 조건 개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성수1구역의 이번 결정은 현재 수의계약 절차에 돌입한 압구정2구역에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압구정2구역은 당초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빅 매치'가 기대됐지만 조합이 제시한 입찰 지침에 대해 삼성물산이 부담을 느껴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대안 설계 범위 제한, 금융 조건 제한 등 이례적인 입찰 조건으로 인해 최상의 제안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과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일부 조합원은 집행부가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도록 과도한 지침을 설정했다며 법원에 '시공사 선정 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정비업계는 여의도 한양과 용산 정비창1구역 등 최근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인기 정비사업지들이 모두 경쟁 입찰을 통해 건설사들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로 금리와 특화된 커뮤니티 및 조경, 금융 비용 절감 등은 경쟁 입찰을 통해 나온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은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역대급' 조건을 제안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압구정2구역 같은 핵심 사업지의 경우 경쟁 입찰이 조합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