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삼성그룹이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최종 판결을 하루 앞두고 있다. 8년간 지속된 사법리스크가 종료될지 여부가 그룹의 향후 행보를 좌우할 전망이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에 따르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일 내려진다.

이재용 회장이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을 찾아 최근 가동을 시작한 5공장 등을 살펴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사내 미래전략실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10년 사법리스크로 경영 위축..2심 무죄 후 투자 재개 신호

사법리스크는 그룹 전체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2017년 3월 9조3000억원 규모로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삼성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시계는 사실상 8년 넘게 멈춰있었다. 삼성은 과감한 투자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그룹의 위기가 심화됐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2심 무죄 판결 이후다. 사법리스크 해소 기대와 함께 그룹의 경영 활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5000억원에 인수했다. 5월에는 독일 공조업체 플렉트를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행보도 가속화됐다. 올해 3월 중국에서 10년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이 회장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서 글로벌 기업 CEO 30여명과 함께 시 주석과 면담했다.

이번 중국 출장에서 이 회장은 중국발전포럼(CDF) 참석과 함께 샤오미 레이쥔 CEO, BYD 왕촨푸 회장과도 만나 전장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9년 만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억만장자들의 사교 모임'으로 불린다. 올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6개 분기 만에 5조원을 하회하는 등 실적이 부진하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독주하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 후발 중국업체의 추격이 거세다. AI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납품이 지연되면서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준법감시 및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통한 경영 리스크 최소화,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등 숙제도 이재용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이어진 총수의 사법리스크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삼성 그룹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며 "삼성 입장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무죄 확정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