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33년간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6세대 HBM4를 둘러싼 차세대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전시된 HBM에 사인을 남겼다. (사진=연합뉴)

5일 연합뉴스와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36.9%로 삼성전자(34.4%)를 앞질렀다. 이는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한 이후 33년 만의 역전이다.

매출 규모에서도 SK하이닉스는 97억1900만달러, 삼성전자는 90억5700만달러로 약 7억달러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분기 38.6%에서 4.2%포인트 급락했다.

전체 D램 시장 규모는 전분기 대비 9% 감소한 263억3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D램 계약 가격 하락과 HBM 출하량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역전의 핵심은 AI 칩 필수 메모리인 HBM이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최신 HBM3E(5세대)를 공급하며 올해 물량을 완판했다. 수익성 높은 HBM 집중으로 영업이익률이 작년 1분기 23%에서 올해 42%로 두 배 확대됐다.

3위 마이크론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힘입어 1분기 D램 점유율 25%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메모리 3사 중 유일하게 매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옴디아는 “HBM 시장 급속 확장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됐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 비중 확대로 강력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6세대 HBM4가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에 HBM4 샘플을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컴퓨텍스에서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4 양산을 목표로 인재 확보와 류더인 TSMC 전 회장의 이사회 영입 등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HBM4 양산으로 신규 시장 진입을 계획한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