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본점 [자료=신한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 종합금융플랫폼 구축 경쟁이 거센 가운데 신한은행이 빅테크·핀테크 전유물로 간주된 예금·대출 중개서비스에 도전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예금 중개 서비스와 대환대출(갈아타기) 중개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예금과 대출 중개 플랫폼 구축은 금융당국에서 소비자편익을 증진하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중개 사업자로 참여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깃플, 네이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비바리퍼플리카, 씨비파이낸셜, 엔에이치엔페이코, 줌인터넷, 핀크 등 8개 핀테크와 함께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받았다.
이후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에도 참여하기 위해 금융위로부터 겸업 허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뱅킹앱인 ‘신한 쏠(SOL)’에서 여러 금융사의 예금·대출 상품을 쉽게 비교하게 가입할 수 있게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사업 추진 경과에 따라 빠르면 6월 중 예금·대출 중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와 대환대출 중개 시스템 둘 다 사업자로 선정됐다”면서 “고객들에게 신한 쏠을 통해 보다 완성된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금·대출 상품 중개업에 시중은행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은행이 자사 플랫폼에서 타 금융사 상품과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고객을 뺏길 우려가 있어서다.
그간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가 핀테크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의 대출 상품 비교 서비스다. 이들 업체는 고객 유출 걱정 없이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캐피탈, 보험사와도 제휴를 맺고 다양한 대출 상품의 금리와 한도를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금융당국에서 2021년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으려다 은행권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핀테크업계에 대한 의존 문제는 금융사에게도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 운영을 허용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시장경쟁을 통해 금융권의 플랫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금 상품 중개 서비스의 경우 내달 말까지 추가 신청기업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핀테크, 신용카드사 등 10여 곳이 수요조사를 제출했을 뿐 은행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환대출의 경우 몇몇 은행들이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보유 중인 대출을 자사의 대출 상품과 비교해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등 부분적으로만 플랫폼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에서도 내부적으로 동일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고금리 시기가 길어지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금리로 갈아타려는 금융소비자의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은행권 제도개선을 통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겠다며 벼르고 있다. 상황에서 예금·대출 중개서비스의 도입이 은행 입장에서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금·대출 상품 중개서비스는 고객에게 꼭 서비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고객이 신한 쏠에 들어와서 타사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계속 신한은행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개서비스 도입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신한 쏠을 출시 4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고객 중심의 ‘나만을 위한 마이플랫폼’ 제공이 뉴 쏠의 슬로건이다. 신한 쏠을 통해 그룹 종합금융 플랫폼 ‘신한 플러스’, 20대 전용 브랜드 ‘헤이영’, 음식 배달 서비스 ‘땡겨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 등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