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첫 논픽션 부문 수상작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자료=은행나무]

[한국정경신문=강헌주 기자] 제8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첫 논픽션 부문 수상작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작가 김지영, 은행나무)이 출간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책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정사와 비사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이야기를 논픽션의 기본원칙을 잘 지켜 기록했기에 주저 없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작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은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보광동 토박이 어르신들의 증언과 용산 미군 기지의 그늘 아래서 살아가야 했던 가난한 이들과 소수자들을 끌어안은 보광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일제가 용산 일대에 일본군 기지를 짓기 위해 둔지미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사건을 시작으로 보광동은 현대사의 비극에 휘말리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무차별 폭격과 좌우익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을 겪어야 했고 전쟁 후에는 미군기지가 주둔하여 기지촌 여성들이 수난을 당해야 했다. 이후 미군기지 이전이 결정되고 난민과 이주민, 성소수자 등 차별받는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었다. 김여정 작가는 이러한 배경을 지닌 보광동 골목길 한편에 작은 카페를 차려 ‘마을 사랑방’을 만들고, 카페를 드나드는 이들의 삶을 기록했다.

현재 보광동은 한남뉴타운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밝게 빛난다’는 뜻의 ‘보광’이라는 이름마저도 ‘한남동’으로 바뀌어 사라져버릴 위기에 놓여 있다.

저자 김여정은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제관계 전문가로 국내외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보광동에 카페를 열었다. 카페 손님들로부터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보광동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금까지도 용산 사람들의 한국전쟁 경험을 채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