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하나 안하나.. 서울 전역 아파트값 '강세' 굳는다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9.22 19:19 | 최종 수정 2019.09.22 21:50 의견 0
 22일 정부의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추진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엄포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북을 막론하고 전방위에서 12주 연속 강세다. 업계는 그동안 잠시 재건축 일부만 하락했을 뿐 기존 아파트는 오히려 갈수록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시기를 둘러싼 부처간 엇박자 속에 각종 교통·개발 호재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년 이상 된 일반 아파트에도 상승세 이어져

22일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보합을 기록한 관악구를 제외하고 24개구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8㎡는 지난 7월 24억5000만원, 26억원에 팔린데 이어 8월에는 27억7000만원으로 매매가격이 올랐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28억원 선으로, 두달 전 거래가와 비교해 최대 3억5000만원 상승했다.

이 일대는 삼성역 일대 교통 호재와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 통합 개발계획 등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는 지난달 28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이달 들어 31억9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129.9㎡도 지난달 41억8000만원에 팔린 뒤 현재 호가가 44억∼45억원으로 뛰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는 신축뿐만 아니라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일반 아파트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 뿐만 아니라 강북의 신축 아파트도 초강세 대열에 올라 탄 상태다.

입주 5년 차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로열층이 15억2500만원에 팔리는 등 현재 시세가 1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입주한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도 지난달 중순 14억3500만원, 이달 들어 15억1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상한제로 새 아파트 희귀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리도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따라붙고 있다"며 "추석 이후 집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

■ 재건축 "매수자들이 조바심 내며 급매물 사들여"

최근 서울 집값 상승에는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떨어졌던 재건축 아파트값은 다시 상승한 영향이 크다. 상한제 시행 시기 등을 놓고 정부간 이견이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급매물이 일제히 소진됐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2주 전보다 0.21% 상승하며 이달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이달 들어 거래가 20건 넘게 성사되며 현재 전용 76.49㎡의 시세가 19억∼20억원, 전용 82.51㎡는 21억∼22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상한제 시행 시기를 놓고 부처 간에 다른 말이 나오다 보니 되레 매수자들이 조바심을 내며 급매물을 사들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 84.43㎡ 20억∼20억5000만원, 전용 76.69㎡가 18억∼18억5000만원으로 종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재건축이 오래 걸릴 것을 각오하고 장기투자에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1주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인 2년 거주를 채우기 위해 집을 팔거나 전세를 주지 않고 아예 집주인이 들어와서 사는 경우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1만가구가 넘는 '입주 폭탄' 강동구, 신축 선호 덕에 강세 

당초 1만가구가 넘는 '입주 폭탄'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강동구는 최근 상한제로 인한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이달 말 5천가구에 육박하는 고덕동 그라시움의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도 현재 매매·전셋값이 모두 강세다.

고덕 그라시움 84㎡는 13억∼14억원, 인근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면적 84㎡는 현재 12억∼13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고덕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이 정도 입주 물량이면 집값이 일시적으로라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로 가격이 올라서 다들 놀라고 있다"며 "상한제 여파로 새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이상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