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8K 논쟁..LG전자의 창 vs 삼성 방패 누가 세나(종합)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9.17 14:24 의견 0
LG전자 8K 올레드TV.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독일에서 불붙은 '가전 전쟁'이 국내로 옮아붙었다. 포문은 LG전자가 열었다. '가전 왕국'으로 불리는 LG전자로서는 삼성의 독주를 막고 기술력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차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그동안 '무대응' 방침에서 적극 대응으로 입장을 선회해 양측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최종 승자가 있을지, 양측 모두 생채기를 입을지에 관심이 고조된다.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고 8K 해상도 및 올레드 관련 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설명회에는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해상도 기준으로 화질선명도(CM)가 50%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도(Resolution)는 사람의 눈으로 어느 정도 뚜렷하게 구분(resolve)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화소 수가 아니라 시청자 관점에서 이를 실제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가를 규정한 소비자 중심적 지표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표준규격(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IDMS)에 따르면 해상도는 화소 수와 구분되어야 하고,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ICDM은 2012년부터 모든 디스플레이에 대한 해상도 측정법으로 화질선명도를 활용하고 있다.

ICDM은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화질선명도’ 값을 정의하고, ‘화질선명도’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화질선명도’가 50%는 넘어야 사람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인접한 화소들을 구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화질선명도’는 디스플레이가 흰색과 검은색을 대비해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내는 값으로 흰색과 검정색을 각각 명확하게 표현할수록 화질선명도 값이 커진다.

8K TV는 화소 수가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개 이상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화질선명도가 50% 미만인 경우 화소 수가 8K에 해당하더라도 해상도는 8K라고 말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제품들은 픽셀 수를 해상도와 동일시해서 표현해도 ‘화질선명도’가 50%가 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출시된 몇몇 8K 제품들이 픽셀 개수와 해상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인 SID 산하 위원회로 디스플레이 관련 성능측정 및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8K 올레드 TV와 8K LCD TV를 모두 출시한 LG전자를 비롯 8K LCD TV를 출시한 삼성전자, 샤프 등 지금까지 8K TV를 출시한 주요 TV 업체 등이 ICDM의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표준기구인 ISO도 ICDM의 해상도 측정방법과 동일하게 화질선명도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한국) 등 전세계 주요 국가의 표준기관에서도 화질선명도를 해상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설명회에서 올레드 TV를 분해해 LCD TV의 일종인 QLED TV(QD-LCD TV)와 전혀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임을 강조했다.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유기화합물이 전기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화소 하나하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완벽한 블랙 표현이 가능해 자연색에 가까운 색을 구현하고, 시야각, 명암비 등이 우수하다. 현재 LG전자를 비롯한 전세계 15개 TV 업체가 올레드 TV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 LCD TV는 백라이트에서 발산한 빛을 액정으로 조절하고 여러 개의 필름을 통과시켜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LCD TV의 하나인 QLED TV는 LCD 패널과 백라이트 유닛 사이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해 색재현율을 높인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QD-LCD(퀀텀닷 LCD) TV’라고 부르고 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자발광 디스플레이 기술인 ‘양자점발광다이오드’와는 전혀 다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에서 8K 화질 관련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 QLED TV가 8K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LG전자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8K TV 화질은 화소수뿐 아니라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논란이 된 화질선명도에 대해서는 1927년에 발표된 개념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던 지표로 초고해상도 컬리 디스플레이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ICDM은 지난 2016년 5월에 화질선명도는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불완전하며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고 기존 가이드는 중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 측은 ICDM 언급 후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는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로 화질선명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LG전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자사 8KTV와 LG제품을 놓고 신문 가독성, 4K?8K 동영상, 4K?8K 동영상 스트리밍 등 환경에 대해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테스트 환경에 대해 "두 제품 모두 백화점에서 직접 구매한 것"이라며 별도 조작한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TV에선 신문의 작은 글씨도 읽을 수 있지만 LG전자 제품은 글자가 뭉개지는 등 화질면에서 뒤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장 실증에서 4K화질 동영상은 양사 제품 모두에서 문제 없이 구동됐지만 8K 동영상은 LG전자 제품에선 작동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이 세트(LG전자 나노셀 TV)는 8K 구현 준비가 안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글로벌 TV 업계에서 한국의 '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두 업체가 '상호비방'에 나선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와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군에 총질'하는 격"이라면서 "두 업체가 서로 약점을 부각시키면 결국 중국과 일본 업체들에 '어부지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