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사장 비리' 얼룩진 가스안전공사에 또 낙하산?..노사 갈등 첨예

김수은 기자 승인 2020.07.10 17:27 | 최종 수정 2020.07.10 17:26 의견 0
가스안전공사 제17대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획재정부 임해종 전 공공정책국장.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역대 사장 비리'로 얼룩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또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극심한 혼란기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여당 인사인 임해종 기획재정부 전 공공정책국장이 17대 사장에 사실상 내정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서면서 가스안전공사는 노사 간의 갈등과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정부와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이달 중 사장에 취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임 전 공공정책국장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옛 기획예산처 기획예산담당관과 기재부 공공혁신기획관을 거쳐 공공정책국 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충북 증평·진천·음성군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4월 21대 총선에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 선언했으나 민주당이 임호선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를 전략공천하면서 중도 포기했다. 당시 임해종 후보는 당의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지만 갑자기 "임호선 후보가 당선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략공천으로 밀려난 여권 인사에게 공공기관 수장 자리를 챙겨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은 이 때부터다.

현재 가스안전공사는 김형근 직전 사장이 올해 1월에 21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반년이 넘도록 김종범 부사장의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 전문성 없는 전직 수장들의 잇단 비리 내부 갈등과 혼란 야기 

가스안전공사의 내부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달 24일 가스안전공사는 외부인사 4명과 내부인사 2명 등 후보자 6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당시 서울지역본부 출입문에는 가스안전공사 노조의 성명서가 부착됐다. 이 성명서에는 “제대로 된 사장을 임명하라”며 “자격없는 낙하산·정치꾼·비전문가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안전담당 공공기관은 정치인을 위한 논공행상이나 정치낭인들을 위한 신분상승의 재취업자리가 아니다”라며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해 멸사봉공해야하고 전문성과 함께 고도의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면 민주노총과 연대하고 대국민 여론전과 해당기관 고발을 통해 강력한 무효화 투쟁을 할 것”을 예고했다.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될 때마다 가스안전공사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해왔지만 연대·고발·투쟁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성 없는 전직 사장들로 인해 가스 안전사고 및 채용 비리 논란 등 온갖 구설과 비판을 감내 해 온 직원들의 분위기는 이번에 많이 달라졌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사장이 리더십의 공백 상태를 빈틈없이 채워 갈등과 혼란을 잠재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 창립 이래 유일한 내부 출신이었던 박기동 전 사장도 뇌물수수와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불명예 퇴진이란 '홍역'을 치뤘다. 이 때문에 가스안전공사 임직원들은 ‘전문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로 내부 출신 인사를 강력하게 추대하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 (자료=가스안전공사) 

최근 20년 동안 가스안전공사를 이끌어온 8명의 사장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정치인 3명, 관료 4명, 내부인사는 1명이다.

지난 2018년 1월 가스안전공사 제16대 사장에 취임해 1년 동안 근무한 김형근 전 사장은 지난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퇴임했다. 사회공헌자금 부당사용과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 수사도 받았다.

당시 김형근 전 사장의 혐의는 공사가 조성한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원 중 일부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이다. 지난 2018년 경찰은 김 전 사장이 자신과 친분 있는 단체에 기금 일부를 지원한 정황을 포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019년 12월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기간 동안 김 전 사장은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어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 (자료=가스안전공사)

■ 창립 40년만에 공채1기 출신 사장, 청탁·금품 제공 혐의로 구속 '오명'

지난 2014년 12월 제15대 사장으로 취임한 박기동 전 사장은 지난 1974년 공사 창립 40년 만에 최초의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박기동 사장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와 기술이사를 역임했다. 가스안전공사 공채 1기 출신인 박기동 사장은 내부 인사 최초로 사장직에 올랐다.

최초의 내부 전문가 출신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박 전 사장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히며 임직원들과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2017년 가스안전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해당 기관 업무에 능통한 청와대 관료에게 접근해 감사 무마 청탁과 1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이 확정됐다.

지난 2015~2016년엔 면접 점수 순위가 낮아 합격권에 들지 않은 13명의 지원자들을 최종 합격시킨 사실도 적발됐다. 박 사장은 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최종 면접자 순위를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 2013년부터 2년 동안 가스안전공사 임원으로 있을 때 보일러 설비 관련 협회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박 전 사장은 임기 5개월을 앞두고 중도 하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안전공사 노조에서는 전문성 있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차기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년 가스사고로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안전한 일터를 조성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에 위치한 가스안전공사 전경. (자료=가스안전공사)

■ 리더십 공백, 안전 부실로 연결..검증된 CEO 기용 최대 과제로

지난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가스안전공사의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발생한 가스사고 700건 가운데 가스안전공사가 검사한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180건으로 25.7%를 차지했다.

고압가스 사고의 경우 총 90건 중에서 가스안전공사가 검사를 시행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64건으로 71.1%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가스안전공사가 검사를 실시한 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율이 25.7%에 이른다며 가스안전공사의 검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리더십 공백이 안전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가스 안전공사의 역대 사장들은 모두 취임 당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러나 안전은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들의 사리·사욕과 비리로 인해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라며 “안전을 책임질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던 인사가 중책에 오르면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최근 5~6년 동안 일어난 것”이라며 “채용비리와 내물수수 등 각각 별개의 사건이 모두 안전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사장 인사는 낙하산도 보은성 인사도 아닌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제대로 된 인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정설이 나왔던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가스안전공사 사 측 관계자들은 줄곧 “임해종 전 국장 내정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결같이 부인했다. 이들은 “임원추진위원회도 외부인들로 구성돼 있는 만큼 공모 절차상 내정은 있을 수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노조와 국민들의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공정하게 차기 사장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문성 없는 인사가 공공기관 보직에 선임된 이후 경영·안전 등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 법률을 개정하고 인사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특히 에너지공기업의 적폐 청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면접을 완료한 가스안전공사는 5명으로 압축된 사장 후보자를 산업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확정이 되면 이달중 대통령이 장관의 제청을 받아 최종적으로 제17대 사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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