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등학교, 회계부정으로 자사고 지위 취소..23일 청문 통해 확정 예정
최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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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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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 (자료=휘문고등학교 홈페이지)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 부정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초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어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감사를 진행한 결과 학교법인 관계자가 배임·횡령 등 자사고의 자율권에 대한 사회적 책무성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 이는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심각한 회계 부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에 한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간 학교가 일반고로의 전환을 신청하거나 5년마다 진행되는 교육청 운영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자사고 지위가 취소된 사례는 있다. 하지만 회계나 입시 비리 혹은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의 사유로 취소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은 휘문고등학교가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휘문고 운영 학교법인인 휘문의숙에 대한 비리 제보를 접수했고 이후 감사를 벌였다.
8대 명예 이사장과 법인 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임) 등은 지난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한 교회에 학교 체육관 등을 예배 장소로 빌려주고 사용료 외 학교발전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38억2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특히 이들이 자사고 지정 이전인 2008년부터 횡령한 액수가 무려 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명예 이사장의 아들인 이사장은 이 같은 사실을 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명예 이사장은 사용 권한이 없는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2억39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교육청에 의해 적발됐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명예 이사장과 이사장, 사무국장 등 7명을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했다.
명예 이사장은 1심 선고 이전 숨져 공소가 기각됐다. 하지만 이사장과 사무국장 등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3일 휘문고를 대상으로 청문을 연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해 교육부에 취소 동의를 신청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이에 동의하면 휘문고는 오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은 예외적으로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적용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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