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찾아 헤맨 'SK텔레콤 새 이름'..후보작들 "길고 어색" 연내 변경 어려울듯

김수은 기자 승인 2020.07.02 17:52 | 최종 수정 2020.07.02 18:08 의견 0
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자사의 정체성과 비전을 담은 새로운 이름을 찾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사진은 SK텔레콤 로고. (자료=SK텔레콤)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SK텔레콤이 미래 비전을 담은 새 이름 짓기에 나선 지 반년이 지났다. 사명(社名) 변경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선언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기업의 정체성과 혁신이 모두 담긴 새로운 명칭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간 거론돼 온 새로운 이름 후보들이 전부 "길고 어색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게다가 코로나19도 언제 수그러들지 불투명해 연내 간판 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통신업 탈피는 미래생존 전략" 3년전 개명 필요성 대두

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새 사명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3년 전이다. 지난 2017년 박 사장이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텔레콤이라는 단어로는 우리 회사의 비전을 모두 담을 수 없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사명 변경의 화두를 던졌다.

SK텔레콤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는 통신업을 탈피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미래 생존 전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SK텔레콤 매출의 40% 가량이 통신 분야가 아닌 ICT 관련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5세대(5G)·모빌리티·인공지능(AI) 등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명 변경이 필요한 시점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SK텔레콤의 새 이름으로는 ‘SK하이퍼커넥터’, ‘SK테크놀로지’, ‘SK투모로우’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초연결’의 의미를 담은 'SK 하이퍼커넥터'라는 사명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이름이 길고 어색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자료=SK텔레콤)

앞서 SK텔레콤은 1984년 4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의 자회사로 설립된 이후 1988년 5월에 ‘한국이동통신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4년 공개 입찰을 거쳐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인수되어 민영화된 후 지난 1997년 3월 사명을 ‘SK텔레콤’으로 바꾼 역사가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명을 ‘SK텔레콤’으로 바꾸었을 때는 임직원 대다수가 호의적이었으나 새 이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SK 하이퍼커넥터'라는 이름은 어감이 이상하고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왔다”며 “'SK 투모로우' 등 다른 이름이 더 낫다는 평도 있어서 아직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룹 차원 진행, 변경 시점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해명

소비자들의 평도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간결한 이름이 좋다는 반응이다.

30년 동안 SK텔레콤을 이용해왔다는 한 소비자는 “사람 이름뿐 아니라 회사 이름도 누군가 불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고 호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짧고 친숙한 이름이 좋은데 요즘 회사 이름은 거의 영문 축약형 이름에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간판만 바꿔달 게 아니라 고객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업 이미지도 쇄신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SK텔레콤은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3~4개로 사명 후보를 선정해 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SK'와 로고의 상징인 '행복날개'는 유지한 채 정체성과 비전을 모두 담은 새 사명을 찾고 있다.

상반기에 사명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안에 사명 변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그룹 계열사들도 사명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명에 사업 분야가 명시된 SK텔레콤, SK에너지, SK인천종합화학 등을 SK이노베이션, SK디스커버리처럼 회사의 지향점과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담는 방향으로 바꿀 예정이다. 기존 사명으로는 '완전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최태원 회장의 지적에 따라 SK그룹 계열사들도 사명 변경 후보군을 공지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통신 분야 외에 자회사를 모두 포함하고 ICT 기업간 협력의 의지를 담은 이름을 찾고 있다”며 “고객사와 이해관계자 등의 행복을 실현하고 기업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담은 사명을 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변경 시점은 아직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며 “SK텔레콤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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