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산더미 재고'에 골머리..1만2000여대 '주차 만땅' 사내 물류망 마비

김수은 기자 승인 2020.06.29 16:46 | 최종 수정 2020.06.29 16:57 의견 0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 재고가 쌓여 있는 모습. (자료=현대자동차)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 판매 부진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울산공장 내부 곳곳과 주변 임시 부지에 '대기중' 중인 1만2000대 이상의 주차 차량 때문에 출고 및 탁송망까지 마비되는 등 때아닌 '사내 물류대란'을 겪는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이 코로나 19로 봉쇄되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생산 차량을 내수 판매로 돌렸다. 하지만 6월경이면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던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내수 판매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게다가 해외 수출이 어려워진 완성차업계가 모두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돼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펠리세이드와 제네시스, 신형 아반떼 등 인기 차종은 휴일 특근을 진행할 정도로 판매가 활발하지만 산타페 등 나머지 생산 차량은 팔리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재고는 점점 쌓이고 있다. 특히 싼타페의 경우 5월 말 기준 재고가 8000여 대로 늘어났다. 현재 현대차는 1000여 대 규모의 외부 부지를 확보했지만 수출 치장(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자료=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의 면적은 500만㎡로 이중 주차장과 수출차 야적장, 주행시험장 등 내부에 주차할 수 있는 면적은 약 26만㎡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야적장에만 1만대 이상 주차할 수 있고 최근 1000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주변 임시 주차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에 대략 1만 2000대 이상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 주변 야적장은 물론 주변 부지까지 생산 라인에서 출고된 차량으로 가득 찼다”며 “더이상 주차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 달에는 공장과 출고장은 물론 탁송망까지 마비되는 등 물류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면서 “수출하지 못해 쌓인 재고뿐만 아니라 내수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 출고 날짜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차량 인도까지 시간도 평소보다 더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전용부두를 포함한 현대차 울산공장은 5개의 완성차 공장과 엔진 및 변속기 공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공장인 이 곳에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것은 현대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올해 누적 판매(1∼5월)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전년 동기 대비 2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도 작년 동기 대비 17.8%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절벽과 내수 판매 부진은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의 수출국 중 유럽과 북미 지역은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있지만 당분간 예년 수준으로 회복은 어려워보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판매 역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 판매가 부진한 차종의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멈추는 등 생산 물량을 조절해 재고 관리를 하고 있다”며 “수출국마다 상황이 다르고 셧다운됐던 일부 해외공장은 다시 가동되고 있지만 수요가 위축되고 재고가 많이 쌓여 있어 수출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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