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틀잭'에서 '잭 피셔' 역할을 맡은 배우 황민수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료=이지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 주연을 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시간 버티고 버텨도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무대를 향한 진심이 있기에 그는 자신에게 돌아올 기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대기 배우를 지나 정식 배역으로 선 두 번째 무대. '리틀잭'으로 찾아온 배우 황민수를 최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봄 공연한 '더 픽션'에서 황민수는 처음 정식 출연진으로서 자신의 배역을 맡았다. '존 도우'를 비롯해 '1446'과 '파가니니' 등에서는 얼터(일부 회차를 배분받아 공연하는 배우)로서 참여했다. 이어 황민수는 리틀잭을 통해 다시 한 번 제 역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한다.
황민수는 극중 영국의 한 밴드 리틀잭 보컬 잭 피셔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전부가 돼버린 첫사랑 줄리 해리슨에 대한 기억을 노래하는 캐릭터다. 공연시간 100분 동안 극을 진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역할이다.
첫 공연은 쉽지 않았다. "난생 처음 기타 연주도 해야 해서 부담이 컸다. 만약 잘 못하면 앞으로 나는 극을 이끌어가지 못하는 배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하지만 그는 "다음 회차 때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불태워 공연한다"고 했다. 황민수의 머릿속에는 "정말 어려운 작품이지만 내가 즐기는 순간 관객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처음 배우는 기타가 너무 힘들었어요. 시간은 없는데 부담감이 계속 쫓아오더라고요. 초반에는 손이 아프니까 중반부터 안 아픈 상태로 기타를 오래 연주할 수 있게 일부러 손가락 피도 터뜨렸죠. 왼쪽 관자놀이가 찌릿찌릿했는데 지금은 아무 느낌도 없어요. 살이 죽었나 봐요.(웃음) 변해가는 손을 보니 뿌듯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주도 좀 되니 재미있었죠."
'리틀잭' 공연 장면 중 잭 피셔(황민수) (자료=HJ컬쳐)
'리틀잭'은 4인조 밴드가 라이브 연주로 무대를 채우는 뮤지컬이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배우들에게도 남다른 음악적 역량이 요구된다. 곡 하나하나 신경 쓸 부분이 다르기에 정신도 바짝 차려야 한다.
그중에서 황민수는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넘버로 '마이 걸'을 꼽았다. 그 곡이야 말로 '리틀잭'의 최정점이라는 것. 잭 피셔가 사랑하는 여인 줄리 해리슨을 위해 만든 곡이라는 것만으로도 극을 대표한다. 그는 "'마이걸'을 마지막에 부르는데 앞의 지나온 곡들까지 더 잘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잭 피셔라는 캐릭터는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역인 만큼 감정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 황민수는 "제가 정말 아팠던 기억을 가지고 연기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은 최대한 비슷한 경험에서 극대화해 대입해서 표현한다는 것. "연기 학원에서 배웠던 '만약에 그랬다면' 즉 '매직 이프'(magic if)라는 방법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잭 피셔와 황민수의 닮은 점은 없을까. 그는 "사실 제가 표현하는 잭 피셔 자체가 황민수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온 이상적인 남자가 잭이다. 사랑에 대한 것도 닮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악을 선물하고 힐링해주는 것도 정말 로맨틱하고 제가 늘 하고 싶었던 일이다"고 고백했다.
황민수는 잭을 하얀 도화지로 정의했다. 순수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받았다. 그는 "극중 아버지가 '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온 세상의 아름다움 노래해줄래?'라는 말 한 마디에 기타 노래를 시작한 잭을 봤을 때 가족 사람과의 관계도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도화지처럼 깨끗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분들이 지루하지 않게 저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와닿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좀 더 여유가 생겨 욕심을 낸다면 잭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으면 해요.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슬픈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 관객분들에게 여운을 드리고 싶어요."
배우 황민수 (자료=이지은 기자)
황민수는 자신을 소개할 때 "신인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한다. 신인이 가질 수 있는 강점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는 설명. 그는 "때로는 신인답지만 당돌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신인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신인답지 않은 면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쟁이다"며 웃었다.
"좋아하는 일인 연기를 하고 있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웃음) 그래도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예전에 조승우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 지킬 앤 하이드를 맡았다는 자막을 봤을 때 멋있더라고요. 작품의 제목과 역할이 같은 타이틀롤을 꿈꾸고 있어요. 물론 '지킬 앤 하이드' 작품도 좋아해요."
그렇다면 황민수에게 있어 배우는 어떤 직업일까. 그는 "꿈이 어릴 적부터 확고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신입생 환영회 때 후배들 앞에서 20분 동안 무대를 선보여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와 감정을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배우라는 선명한 꿈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그는 "백스테이지에서 후배들의 환호성이 마음을 벅차고 행복하게 만드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꿈을 이뤘고 이뤄가고 있는 이 순간, 황민수는 여전히 "무대에 오르기 전이 가장 벅차다. 모든 사람이 저를 보고 있을 때 정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리틀잭'을 보러올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우리 작품은 무대 위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관객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는 공연"이라며 "신나게 놀땐 같이 즐겨주시고 슬플 땐 울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마음 편히 봐주면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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