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월 총선 앞두고 '규제개혁 당' 창당에 앞장 선 구태언 변호사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17 15:39 | 최종 수정 2020.02.17 18:46 의견 0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한국정경신문=박응식 기자] 오는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규제혁파'를 외치는 신생 정당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정보기술(IT) 벤처·스타트업 기업인들이 만든 이 정당은 가칭 '규제개혁당'이다. 

규제개혁당의 출범에 만사를 제치고 팔을 걷어부친 변호사가 있다. '규제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구태언(51) '법무법인 린' 변호사를 만나서 지금 이 시기에 '규제개혁당'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었다. 

"디지털 경제시대를 맞아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이 절실"

구태언 변호사는 규제개혁이 절박한 이유에 대해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적인 서비스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 시대입니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과 같은 거대한 빅테크 기업이 국가를 넘어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넘어서는 혁신 기업을 배출해야 합니다. 그 전제조건으로 규제개혁이 절실한 것입니다."

구 변호사는 또한 규제개혁의 절박함이 20년전과는 비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디지털 시대'는 작은 정부를 원할 뿐만 아니라 관치와 민치는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규정했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의 덕분에 민간이 정부를 대체하는 일이 이미 목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100% 운행되면 교통경찰이 필요 없어집니다. 정부가 할 일은 정책과 의사결정 뿐입니다. 결정된 정책은 민간회사에서 서비스로 하게 됩니다. 결국 손발이 많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정부의 역할을 새롭게 고민하고 정립해야 합니다."

오는 19일 법원의 선고가 예정된 '타다' 문제와 관련해서도 규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검사는 만들어진 규제에 대해 가장 말단에서 범죄적 현상을 청소하는 작업을 합니다.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법을 적용하면서 느낀 것은 법이 잘못돼면 검사는 잘못된 법을 집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의 타다 기소에 대해서는 저는 법 해석과 관련해서 검찰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양립하는 법적 의견이 존재할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인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구 변호사는 규제의 명확성은 법의 문제도 있지만,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의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질의했을 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타다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석을 해주지 않았어요. 국토부가 갈등을 중재하기보다는 증폭시켰다고 봅니다."

그는 이어서 타다가 사회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택시업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도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했다.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택시업계가 받는 규제는 정부가 완화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잘 아시다시피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격을 비롯해서 각종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수요자가 정하도록 정부가 놔두면 됩니다. 정부가 국민을 아직도 믿지 못하고 시장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치사회의 단면이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난 22년 동안 시도된 규제개혁은 대부분 실패했다"

구 변호사는 이와 함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년 이후 지난 22년 동안 국내에서 규제개혁을 위한 많은 시도와 노력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기업인들은 법률·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사후규제'를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시절 정부기구로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었던 것은 그만큼 규제개혁의 절박함과 당위성이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난 세월 규제개혁 문제는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기업인들이 나서서 직접 정당을 만드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규제개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구 변호사는 우선 정부와 국회에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규제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도 근원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자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출범할 때 마다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규제를 완화한 정부는 없었습니다. 역대 정부는 물론 국회도 규제 완화 또는 합리화를 위한 노력은 거의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히려 국회는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만 해왔습니다.이른 바 '타다금지법'이 발의된 것 또한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활동을 하면서 10여개 이상 대정부 정책권고를 통해 지난해 개인정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 말고는 큰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구 변호사의 생각이다. 

"최소 10명의 비례후보 등록이 목표"

규제개혁당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에서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고경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장이 창당준비위원장을, 옥션 초대 대표를 지낸 이금룡 사단법인 도전과나눔 이사장이 창당 임시의장을 맡았다. 

오는 4월 총선에서 규제개혁당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규제개혁당은 전국 5개 도시에서 1000명씩 총 5000명의 당원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최소 정당 득표율 3%를 넘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를 진출시킨다는 차원에서 최소한 10명의 비례후보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 변호사는 특히 창당 발기인으로 참가한 기업인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20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2040세대 젊은 IT 기업인들 위주로 참신한 인물을 국회에 진출시키고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는 온라인 공개 오디션을 통해 대상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검사 시절 디지털포렌식 도입의 주역으로 활약

구태언 변호사는 1991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24기)한 후 검사 생활을 거쳐 전자상거래·핀테크·정보보안에 정통한 IT 전문 변호사로 활약중이다.

검사 재직시에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로 일하면서 검찰 내 `IT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검찰에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도입한 주역이다. 11년 검사직을 마감하고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가 2012년 법률사무소를 설립, IT 전문변호사와 지적재산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사를 그만두고 김앤장에 있다 세상이 정말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독립했습니다. AI, 공유경제, 핀테크 등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와 관련 있는 신산업 스타트업을 주로 지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술도 인재도 아니라 규제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구 변호사는 지난 2018년 하반기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란 책을 내면서 주목받았다. 이전에도 핀테크를 잡아라` `판사·검사·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 `개인정보보호의 법과 정책` 등 저서를 펴냈다.

그는 책을 내기 전까지 ‘핀테크 등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개혁TF’ 위원,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 한국공유경제협회 부회장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해왔다. 법조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2012년, 2013년 연이어 정보보호대상과 개인정보보호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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