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동주의펀드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분 전량 매각..지배구조 개편 다시 속도낼듯

장원주 기자 승인 2020.01.23 07:51 의견 1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전경. (자료=현대자동차)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미국의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량의 지분을 매입해 현대차그룹 경영 참여를 선언했던 엘리엇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진행된 표대결에서 패배한 후 더이상 승산이 없자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주 제동을 걸었던 엘리엇이 철수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엘리엇이 가장 최근에 밝힌 지분 규모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각각 3.0%, 2.6%, 2.1%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달러어치(당시 1조500억원 상당)를 갖고 있다고 알리며 등장했다.

엘리엇은 다음 달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엘리엇의 공격에 현대차그룹 측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주총에표대결에서 패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8조3000억원 고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고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엘리엇 제안을 반영한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안건은 표결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엘리엇은 다시 표대결을 하더라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치운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주식 매매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주가가 2018년 초에 15만∼16만원대였는데 최근엔 12만원 전후다.

엘리엇의 퇴장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연내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재시동을 걸지는 미지수다. 2년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의 순환출자 해소에 시한을 못박아 현대차그룹이 급하게 서두른 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엘리엇 등 투기펀드의 먹잇감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기존 개편안을 토대로 면밀한 세부 검토와 보완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도 지배구조개편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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